[문학예술]´추사와 그의 시대´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7시 47분


추사가 쓴 서간문의 일부. 그의 서체는 만년으로 갈수록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무심의 경지가 드러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추사가 쓴 서간문의 일부. 그의 서체는 만년으로 갈수록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무심의 경지가 드러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추사와 그의 시대/정병삼 외 지음/406쪽 1만6000원 돌베개

추사체를 이룩한 위대한 서예가인 김정희(金正喜·1786-1856)는 북학자로 경학·사학·금석학 및 불교와 도교 등 문사철(文史哲)에 두루 박통한 대학자이다. 다만 서예가로써의 명성 때문에 그 외 학문과 예술가로서의 진면목은 가려진 듯 하다.

주지되듯 그가 학문과 예술에 끼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그림에 있어서의 복고성 때문에 보수적으로 비쳐지기도 하지만, 당시 새롭게 부각되는 중인계층을 적극적으로 성장시킨 이른바 신지식인으로 근대적 혁신적 성향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다만 그를 따른 제자들이 고답적이어서 시대경향은 추사와는 사뭇 어긋나게 된다.

조선시대 후기 역사에 있어 진경시대(眞景時代)라는 학술 용어를 만든 간송학파(澗松學派)는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엮어 ‘추사와 그의 시대’를 출간하였다. 우리 문화유산의 보고(寶庫)인 간송미술관 보화각에서 20년 넘게 함께 공부한, 분야를 달리한 일군의 학자들이 이 학파를 이끈 가헌 최완수선생의 화갑을 맞아 헌수(獻壽)를 드리고자 마련한 것이다.

추사 김정희.

이 책은 추사에 대해 다방면과 여러 다양한 시각에서 면밀하게 탐구하여 학문과 예술에 있어 김정희의 위상이 선명히 드러나게 되었으니 무엇보다도 추사 연구를 한 단계 높인 점에서 주목된다. 추사 타계 150주년을 4년 앞둔 올해는 추사를 주제로 전국을 순회한 ‘완당과 완당바람’ 특별전이 개최되었고 유홍준의 ‘완당평전’과 같은 저술이 간행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후지츠카에 이어 해방이후 김약슬 전해종 임창순 이우성 이동주 최완수 등 여러 학자에 의해 각기 사상사, 한중관계사, 서예사, 회화사, 금석문 등의 범주에서 추사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지속되었다.

간송미술관에서는 1971년 가을 개관이래 1972년 봄과 가을 두 차례 추사에 관한 본격적인 기획전시를 시작으로 1976년 ‘추사명품첩’ 2권을 발간하였다. 그뒤 1980년 가을 추사서파, 1983년 봄 추사묵연, 2001년 봄 추사와 그의 학파전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추사를 조명하여 왔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근 30년 가까이 지속된 추사에 대한 공동연구의 결실이 바로 ‘추사와 그의 시대’이다. 이 논문집은 사회와 사상 그리고 예술문화의 2부로 나눠져 있다.

제1부 추사시대의 사회와 사상은 ‘추사의 시대’ ‘19세기 전기 사회경제의 변동’ ‘추사 김정희의 역학사상’ 등 5편의 논고로 구성되어 있다. 논문의 제목을 미루어 알 수 있듯 조선 19세기말 정치상황 및 경제상 그리고 청조학술과의 교류, 사상사적인 접근 등을 통해 시대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 속에 추사의 역할 및 위상이 선명히 부각되었다.

제2부 추사시대의 예술문화는 ‘추사 그림의 법고창신의 묘경’ ‘추사학파의 사군자’ 등 4편의 논고로 이루어졌다. 예술가로써 추사의 면모와 그의 영향을 밝힌 것으로 황한소경(荒寒小景)의 ‘세한도’와 초절(超絶)한 ‘불이선란도’에 대한 심층분석, 추사파 그림의 전반적인 흐름과 특징에 대한 실상 규명, 추사서파의 금석문에 대한 면밀한 조사 성과, 북학파의도자인식까지 포함되어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추사의 서예에 대한 논고가 빠진 점인데, 이는 ‘추사서파고’, ‘추사일파의 그림과 글씨’등 최완수선생의 심도 깊은 기존 논문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원복 국립광주박물관장 wblc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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