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유엔 무기사찰 무조건 수용

  • 입력 2002년 9월 17일 18시 33분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각료들과 함쎄 정세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 바그다드AP연합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각료들과 함쎄 정세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 - 바그다드AP연합
《이라크가 16일(미국시간) 무조건적으로 유엔 무기사찰단의 복귀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유엔에 전했다. 미국은 “유엔의 강력한 행동을 피하려는 전술일 뿐”이라면서 “사담 후세인(이라크 대통령)을 반드시 축출하겠다는 의지를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대부분의 서방국가들은 “전쟁을 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유엔의 무기사찰단의 복귀를 아무런 조건없이 수용하겠다는 이라크 정부의 서한을 공개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12일 유엔총회 연설과 아랍연맹 등의 중재노력 덕분에 이라크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무기사찰단은 1998년 12월 미국 영국군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직전 이라크에서 철수했으며 그동안 이라크의 거부로 재입국하지 못했다.

▽상반된 국제사회 반응〓이 서한에 대해 스콧 매클레런 백악관 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라크의 회피전술에 불과하며 (미국의 요구는) 사찰 문제가 아니라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해체하고 안보리 결의를 지키는 문제”라면서 “이제는 안보리가 행동을 취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무부 고위관리도 “이 서한은 무기폐기 또는 자유로운 사찰활동을 보장하거나 무기개발 상황을 공개하겠다는 약속이 아니다”면서 평가절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실은 “사담 후세인은 오랫동안 상대방을 속여왔다”면서 “이번 제안이 진짜 무엇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논평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17일 ZDF TV를 통해 “무기사찰단의 복귀는 우리가 항상 추구해온 목표이며, 다른 목표는 모두 잘못된 것으로 간주해 왔다”면서 이라크의 제의를 매우 환영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도미니크 드 빌팽 외무장관은 16일 유엔에서 “국제사회의 초점은 이라크의 무기해체이지 정권교체가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서한으로 이라크에 대한 새로운 결의안을 논의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17일 유엔 무기사찰단의 조건없는 복귀를 수용한 이라크의 제의를 일축한 미국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부시 대통령이 무슨 권리로 간섭하고 이 제의가 진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유엔의 무기사찰은 △한스 블릭스 단장이 지휘하는 생화학 및 장거리 미사일 사찰 △자크 보트 단장이 이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무기 사찰로 이루어진다.

멜리사 플레밍 IAEA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유엔 안보리로부터의 정식허가를 기다리고 있다”며 “내일이라도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급락〓이라크의 무기사찰 수용 발표에 따라 국제유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16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배럴당 0.14달러 하락한 29.67달러로 정규장을 마쳤으나 이어진 시간외 거래에서 4.3%(1.27달러) 하락한 28.40달러를 기록해 29달러선이 무너졌다.

유엔본부〓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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