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高 PER株 성장성에 속지 말라”

  • 입력 2002년 9월 16일 18시 44분


디날리아이티…. 시스템통합(SI) 전문 기업으로 모바일솔루션 분야에서 한국 최고수준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5월 이 회사의 주가는 1만2750원. 지난해 주당 순이익이 고작 120원이었으니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100배가 넘었다.

주가수익비율이란 그 회사의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 수치가 높을수록 회사의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게 형성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PER가 18배, 현대차 PER가 약 7배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 회사 주가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당시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디날리는 아직 PER가 업종 평균 수준이고 이익도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매수를 추천했다. 그 결과는? 16일 디날리의 종가는 3050원에 불과하다.

▽너무 자주 반복되는 역사〓이런 코미디 같은 일은 올해 또 반복됐다.

올해 4월 디날리의 주가는 다시 9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이익 기준으로 PER가 무려 78배, 올해 예상이익 기준으로 해도 PER가 60배가 넘는다.

지난해 그렇게 속고도 투자자들은 또 한번 이 회사의 ‘꿈’에 투자했다. 지금 디날리 주가는 그때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이 회사의 PER는 여전히 25배가 넘는다. 아직도 주가가 비싼 편이다.

비슷한 회사가 한 둘이 아니다. 전세계 후불식 교통카드 시장을 석권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올해 한때 주가가 2만8400원까지 오른 씨엔씨엔터프라이즈.

당시 PER가 150배였는데도 한 애널리스트는 “성장성이 가시화하면 주가는 끝없이 뻗어날 것”이라며 목표주가로 3만8000원을 설정했다. 그러나 이 회사 주가는 현재 6000원선. 지난해 이익 기준으로 이 회사의 PER는 아직도 30배가 넘는다.

▽높은 PER는 피해야〓한국 증시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기업의 성장성이다.

그러나 성장성의 진정한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적어도 성장성은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꿈’과 동의어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동원증권 이채원 주식운용팀장은 “기업의 가치, 혹은 이익과 매출이 늘어나야 기업이 진짜 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은 막상 장사를 못해 허덕이고 있는데 투자자들은 “언젠가 이 기업은 좋아질 거야”라는 꿈만 믿고 돈을 쏟아붓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

가치투자자문 박정구 사장은 “PER가 100배인 주식은 주가가 지금 수준을 유지만 하려해도 매년 기업이익이 두 세배씩 늘어야 한다”며 “아무리 성장성이 높아 보여도 PER가 너무 높다면 투자를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