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田부총리 공자금 인식 문제있다

  • 입력 2002년 9월 13일 18시 47분


“공적자금은 회수를 전제로 한 돈이 아니며 회수를 못했다고 배임혐의를 제기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한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발언은 실망스럽다. 공적자금을 추가로 조성할 때마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회수를 극대화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침(진념 전 부총리)’이라던 정부의 기존 약속과는 딴판이기 때문이다. 전 부총리가 직접 한 약속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그렇다고 현 정부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진행 중인 때에 나온 전 부총리의 발언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전 부총리의 논리대로라면 2000년 12월 6개 은행의 감자 실시로 8조여원의 공적자금을 날리게 되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며 문책을 지시한 것은 잘못인가.

전 부총리의 발언은 공적자금의 손실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면죄부처럼 들릴 오해의 소지도 있다. 공적자금을 받은 기관들에 아무런 책임감도 없이 써버려도 된다는 인식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투입한 156조원의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공적자금의 투입과 관리는 공정하고 철저해야 하고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데도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공적자금이 엄정하게 집행되어 효과적으로 쓰였다면 당연히 회수율이 높아질 것이고 투입하지 말아야 할 곳에 과다하게 투입했다면 회수율은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 부총리의 발언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국정조사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도가 아니기를 바란다. 회수 불가능한 69조원에 대해서는 잘못 투입되었거나 관리가 부실한 부분이 없었는지 진상을 밝혀야 옳다. 그는 공적자금이 없었더라면 금융공황과 마이너스성장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나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했다고 해서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까지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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