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건강]김세철/˝정력 좇다 건강 쫓아버리죠˝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10분


의약분업이 시행된지 2년이 지났지만 전문의약품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은 그리 변한 것 같지 않다.

일례로 최근 뉴스를 보면 심심치않게 비아그라에 관한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이 약의 성분을 건강보조식품에 불법으로 넣어 정력제처럼 판매한 업체들이 적발됐다든지 중국에서 국내 정품과 포장까지 똑같은 가짜를 밀수해서 팔았다는 등의 내용이다. 의사 처방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으로 둔갑해서 판매됐다는 얘기다.

정력에 좋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분위기에 편승해 불법제품을 제조, 판매하는 업자들도 문제지만 이런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 문제다.

전문의약품이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진단한 후 내린 처방전에 의해서만 구입이 가능한 약품이다.

재구매를 원할 경우에도 의사의 재진단이 필요하며 이는 약품을 복용한 후 효과가 있었는지,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른 부작용은 없었는지 등을 의사가 지속적으로 확인하여 의약품의 안전성을 점검할 수 있는 주요한 기회가 된다.

심지어 영양제나 피로회복제도 그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용법, 용량이 정해져 있기 마련인데 전문 치료제를 불법으로 첨가한 가짜의약품을 임의로 복용하면 올바른 약효는커녕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불법으로 제조된 가짜 의약품은 언제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한 불순물이 들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장단기적으로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안전 불감증은 사회 전역에 만연해 있다.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던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화재 수재로 대형 인명피해를 당해왔지만 똑같은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들 불법 의약품의 유통이 쉽사리 근절되지 않는 이유도 우리 국민의 건강에 대한 안전 불감증과 전문의약품에 대한 무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증진시키고 불법 의약품의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복용하는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러한 불법 제품이 자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먹으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행동이 어떤 위험을 안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무지로 인해 병원을 찾지 않는 잘못된 의식이 불법 의약품과 정력제의 오남용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김세철 중앙대 교수·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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