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 北-日회담에 제 역할해야

  • 입력 2002년 8월 30일 18시 07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은 한반도 정세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다. 북-일 정상이 처음으로 만난다는 연대기적 의미도 중요하지만 과거청산 등 현안을 매듭짓고 궁극적으로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려는 양측의 의도가 맞아떨어질 경우 주변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반도 상황이 요동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남북한은 어제 끝난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다양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앞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국 또한 9월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예정이다. 여기에 일본이 가세하는 것이니 바야흐로 한반도 관련국들의 동시다발적 외교전이 시작됐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과 주변국의 대화는 바람직하다. 일본 총리의 방북도 한반도 긴장완화와 북한의 국제사회 편입을 위한 진전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다만 이번 방문이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 회복을 위한 ‘깜짝 쇼’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일본은 2년전 북-미간에 진행된 ‘요란한 방문외교’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의 교차 방문으로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고조됐으나 양국 관계는 미국의 정권교체와 함께 하루아침에 얼어붙지 않았던가.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신중한 접근을 할 것을 당부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북-일 정상회담은 ‘남의 일’이 아님을 인식하고 일본과 긴밀히 협의해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능하면 북한과도 접촉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김 국방위원장의 답방문제에 대해서도 숨기는 게 없어야 한다. 정부가 만에 하나 밀실협상을 통해 답방을 성사시키려 한다면 결코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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