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남북 분단서 북한핵까지 '두개의 한국'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15분


□두개의 한국 : 전직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바라본 한국 근대사 비록 / 돈 오버더퍼 지음 이종길 옮김 / 655쪽 1만3000원 길산

우리 나라에서 돈 오버더퍼 기자처럼 잘 알려진 외국인 기자도 없을 것이다. 그는 워싱턴 포스트紙에서의 25년을 포함 도합 40년 간의 언론인 생활을 통해 평기자로서 현장에서 사건을 목격하고 직접 취재하면서 외교정책, 특히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와 관련된 기사를 써 왔다. 나이가 들면서도 부장이니 국장이니 하는 보직을 마다하고 생생한 현장 취재를 통한 기사작성의 외길을 고집한 그에게 우리 나라에서는 ‘대(大)기자’라는, 실제로는 그가 갖고 있지도 않은 직책을 부여하기까지 했다. 미국 내에서는 그를 은퇴 후에도 그냥 기자라고 부르는 대신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인정해 주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그는 우드로 윌슨상(Woodrow Wilson Award) 등 수많은 언론상을 수상했고 한미관계 특별 위원회(Task Force), 노근리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에 위촉되는 등 미국외교 전선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였다.

그가 한국과 깊은 인연을 맺은 것은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포병 장교로 6.25에 참전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 후 그는 기자로서 날카로운 통찰력과 해박한 지식으로 현안을 기술하고 분석하여 세계의 이목을 한반도에 집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그는 워싱턴 외교정책의 현장에서 누가 어떠한 결정을 언제 어떻게 내렸는가를 알아내는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발휘하였다. 그는 현역 신문기자로서의 생애를 정리한 후에도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해왔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저서가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이라는 한반도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기록한 책이다. 1945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북한의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은 한반도 분단의 배경과 의미, 남북관계의 진전과정, 한미관계의 굴곡, 그리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강국의 대(對)한반도 관계와 정책 등 외교 문제는 물론 남북한의 국내정치를 다루는데도 살아있는 역사를 재현시키는 묘기를 발휘하고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루는데 있어 저자는 자신만이 알고 있는 수많은 비사(秘事)를 활용하여 사건의 전개를 정확하게 기술함으로써 역사에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위력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평자(評者)는 자신이 정부에서 일했던 시기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저자의 기술을 읽으면서 크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1993, 1994년 당시 북한의 핵 의혹으로 한반도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갈 위기에 처하였고 평화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는 것이 한미 양국의 일차적이고 긴급한 과제였다. 그것은 한미간의 긴밀한 협의와 협력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끈질긴 협상, 그리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을 포함하는 주변강대국에 대한 효과적인 외교를 필요로 하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미 양국 관계자들의 증언을 기초로 당시의 핵문제가 어떻게 전개되었고 어떻게 해결의 단계로 들어가게 되었는가를 생생하게, 그리고 상당히 정확하게 묘사하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핵 문제는 1994년 제네바 합의로 일단락 되었을지언정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직도 ‘특별사찰’ 등의 문제와 관련되어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저자는 이렇듯 이 책에서 북한핵과 같은 내연(內燃)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하여 독자들의 인식과 이해를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1945년 이후 한반도의 정치외교사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 ‘두 개의 한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필독서이다. 이번에 이 책의 우리말 번역판이 나온 것은 참으로 유익하고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승주 고려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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