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엄정욱 156㎞ ‘총알투 사나이’

  • 입력 2002년 8월 12일 17시 23분



엄정욱

최근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총알탄 사나이’들로 떠들썩했다.

국내에선 무명의 고졸 3년생인 SK 엄정욱(21)이 6월11일 기아와의 문학경기에서 투구 스피드 비공인 한국기록인 156㎞를 전광판에 아로새겨 화제가 됐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가 한양대 시절인 93년 천마기대학야구대회에서 156㎞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종전 프로 최고기록은 선동렬과 박동희가 기록한 155㎞.

일본에선 구대성이 선발로 활약중인 오릭스 블루웨이브의 중간계투 야마구치 가즈오(27)가 7월29일 다이에 호크스와의 경기에서 158㎞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 텍사스에서 뛰고 있는 이라부 히데키가 10여년전 일본에서 던진 투구 스피드와 타이기록이었다.

이처럼 올해 한일 양국에서 기록적인 강속구가 속출함에 따라 투수의 볼 스피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강속구 투수는 누가 있나

국내에선 엄정욱이 단연 돋보인다. 당시 기아전에서 그의 공은 150㎞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거의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보다 몇일전에는 상무와의 2군경기에서 159㎞가 나왔다고 한다. 두산 왼손투수 이혜천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그는 다음날인 6월12일 한화전에서 154㎞를 두 번이나 기록했다. 왼손투수의 이점을 감안하면 타자들이 느끼는 이혜천의 공 빠르기는 엄정욱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평가였다.

이밖에 현역으론 두산 진필중과 LG 이상훈, 삼성 노장진이 150㎞대를 꾸준히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SK 이승호까지 포함해 대부분 강속구 투수는 마무리 투수란 공통점이 있다. 미국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마무리 투수인 롭 넨이 플로리다 말린스 시절인 97년 월드시리즈에서 기록한 102마일(164㎞)이 최고기록이다.

▽예전에 비해 얼마나 빨라졌나

지금은 작고했지만 해방 직후 ‘태양을 던지는 사나이’로 불렸던 경남고 왼손투수 장태영은 당시 천하무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볼 스피드는 140㎞가 채 되지 않았을 거라는 게 본인의 솔직한 평가였다. 이후 프로야구가 창설됐지만 초창기에 150㎞를 넘은 선수는 최동원이 아닌 선동렬이 처음이었다는 게 정확한 평가다. 하지만 요즘은 150㎞가 넘지 않고는 강속구 투수의 명함을 내걸 수 없는 실정이다.

▽과연 믿을 수 있는 기록인가.

대답은 ‘글쎄’다. 볼 빠르기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다루는 공인 기록은 아니다. 같은 공이라도 스피드건의 종류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고 투구를 찍는 각도와 타자의 방망이를 휘둘렀냐 여부에 따라서도 스피드는 다르게 나온다.

하지만 공 스피드는 스카우트들이 신인을 지명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료중 하나인 것만은 틀림없고 각 구단은 자신과 상대팀 투수의 공 빠르기를 재기 위해 여념이 없다.

▽강속구만이 능사인가

이 또한 대답은 ‘글쎄’다. 선동렬은 해태 시절 평상시에는 150㎞ 이상을 던질 필요를 못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굳이 붙같은 강속구가 아니더라도 타자를 요리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제구력 투수였던 장호연도 140㎞ 이상을 던질 능력이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골프로 치면 강속구가 드라이브의 비거리인 반면 제구력은 퍼팅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려보인다. 존 댈리 같은 장타자들은 해마다 최고의 비거리를 자랑하지만 그가 우승했다는 얘기는 가뭄에 콩나듯 들려온다. 하지만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되기 위해선 장타가 없으면 안되듯 강속구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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