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핵심 빠진 아파트값 대책

  • 입력 2002년 8월 11일 18시 43분


정부가 올 들어 3번째로 발표한 아파트값 대책은 대부분 낯익은 것들이다. 실효성이 없어 실패로 끝난 대책을 재탕으로 내놓을 만큼 사정이 다급했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행조차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1년후 인플레가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만큼 임기응변적인 대증요법에 그칠 일이 아니다.

이번 대책중 세무조사와 기준시가 인상은 올해 초에 나왔었다. 아파트를 사려는 실수요자나 투자자들마저 투기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세무조사는 남발되어서는 안 된다. 반짝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아파트값이 나중에 더 큰 폭으로 뛰어올랐던 게 과거의 경험이다. 아파트가 모자라 값이 올랐다면 양질의 아파트를 더 공급해야지 당장 효과를 내는 세무조사에만 기대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다.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강남지역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중심으로 값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후된 아파트의 재건축을 무작정 연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부추기다시피 했던 일부 아파트의 무리한 재건축은 규제되어야 하나 주택의 안전을 위한 재건축마저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

일부 아파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급등했던 아파트값이 떨어졌다지만 이번 대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올 들어 앞서 발표됐던 2차례의 대책도 반짝효과는 거두었으나 핵심대책을 외면함으로써 실패하지 않았는가.

아파트값 상승의 진원지인 강남의 아파트값을 세무조사식으로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강남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교육 교통 등 주거여건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앞서기 때문이다. 강남수준의 주거환경을 가진 신도시 건설이나 강북 등 다른 지역의 교육환경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본란에서도 이미 수차례 지적되었다. 그런데도 장기적인 핵심대책을 강구하기는커녕 ‘언 발에 오줌누기식’ 단기대책에 집착하는 정부 당국자들이 답답하기만 하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