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계륵장세’ 땐 주식형 수익증권

  • 입력 2002년 8월 4일 17시 24분


어린이 동화집에 아기돼지 3형제의 얘기가 나온다. 게으름뱅이 맏돼지는 짚으로, 둘째돼지는 나무로 쉽게 집을 지었다. 밤이 되어 늑대가 공격하자 짚과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집은 금세 무너졌다. 두 돼지는 가까스로 막내돼지 집으로 도망쳤다. 막내는 벽돌로 튼튼하게 집을 지었기 때문에 늑대의 공격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 동화는 준비도 없이 주식투자를 시작해 장중거래(데이트레이딩)를 하며 단기차익을 노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장기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올 들어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937까지 올랐다가 700선으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개별 종목별로는 반토막이 난 주식이 적지 않으며, 선물이나 옵션에 투자한 개인들은 투자원금을 모두 날린 사례도 적지 않다. 며칠 전 주식투자로 많은 돈을 날린 남편이 주식 빚을 추궁하는 아내를 살해한 사건은 주가하락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 들어 미국(다우지수 15%) 영국(FT지수 20%) 일본(닛케이주가평균 9%) 홍콩(항셍지수 13%) 등 주요 국가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가가 하락해 자산가치가 줄어듦에 따라 소비가 줄어드는 역(逆)자산효과가 나타나고, 소비감소는 경제성장률을 낮추며 기업이익을 줄어들게 해 주가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쉬는 것도 투자’인 만큼 지금은 벽돌로 집을 짓듯이 더 낮은 가격에서 주식을 살 수 있는 것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근거가 된다.

하지만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증시격언을 내세우며 지금이야말로 우량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는 기업의 수익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상황이 안정되면 많이 오를 것이라는 것. 외환위기 때와 9·11테러 때처럼 위기는 위험하지만 새로운 기회가 된(위기〓위험+기회) 사례는 적지 않다.

주식을 사자니 더 떨어질 것 같아 불안하고, 현금을 갖고 있자니 우량주를 살 기회를 잃을지도 몰라 초조하다. 마치 먹을 것은 그다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닭갈비(계륵·鷄肋)같다. 이럴 땐 주식형 수익증권을 사는 것이 방법. 복권 사듯 운에 맡기고 주식을 직접 사는 것보다는 저축하듯 1년 이상의 장기시각을 갖고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수익증권을 사는 것을 고려해봄직하다.

홍찬선 경제부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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