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앎과 삶 그리고 덕´

  • 입력 2002년 8월 2일 18시 08분


◇앎과 삶 그리고 덕/조무남 지음/347쪽 1만2000원 교육과학사

강원대 교수인 저자는 30년 동안을 외곬으로 ‘도덕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언어철학적 방법으로 연구해 온 교육철학자다. 그런데 이같은 언어철학적 방법 혹은 분석철학적 방법은 근래 30년 사이에 조금은 흔들렸고 비판의 대상으로 오르내렸다. 특히 ‘전인적 성숙’을 목표로 삼는 가치지향적 교육의 마당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분석철학의 귀중한 공헌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은 한계 또한 인식해야 한다. 게다가 ‘도덕’은 지식과 행동이 맞물려야 하는 것이다. 지식, 그것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지식만을 강조할 경우 정서적이고 주체적이기도 한 행동을 소홀히 하거나 심지어는 이를 연구 대상 영역 밖으로 내몰기도 하는 ‘도덕교육이론’이 된다.

그런데 저자는 바로 그 방법의 한계를 겸손하게 인식하고 극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와는 다른 방법까지도 모색하면서 자신의 도덕교육론 체계를 세워 나갔다. 이 책은 그렇게 고민하면서 다듬는 데 무려 15년이 걸린 역작이다.

머리말에서 저자는 우선 “과학주의에 의해 상실된 교육의 의미와 이로 인해 왜곡된 교육학의 학문적 틀을 바로잡으려 한다”는, 종래의 분석철학자로서는 하기 어려운 ‘양심선언’에 가까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이어 서론에 해당하는 제1장에서는 소크라테스의 “덕은 지식이다”라는 명제가 도덕교육에 미친 부정적 영향을 지적한다. 여기서 말하는 지식이란 합리주의적이고 주지주의적인 지식이어서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윤리학, 의미론 그리고 도덕적 관념’이란 큰 제목의 제1부는 꼬장꼬장하게 언어를 분석하고 여러 윤리학설을 섭렵하며 취사선택을 해 가면서 이 책의 기초작업을 한 곳이기에 곤혹스럽기도 하고 꽤나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내야만 한다. 여기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제3장의 맨 마지막 문장이다. 즉, 도덕적 관념은 우리의 마음 ‘안’에 있는 정신의 표현이기에 마음 ‘밖’에 있는 사실을 기술하는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의 개념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제2부 ‘앎과 삶과 도덕교육’에서 저자는 연구의 모티브를 이렇게 드러낸다.

“도덕적 지식의 범위는, 오히려 철학적 인식론과 행동 분석의 한계를 넘어, 인간정신의 그윽한 어둠 속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이런 뜻에서, 모든 인간행동은 합리적 지식의 소산이라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에 담겨 있는 지적 낭만주의를 나는 철저히 거부한다. 그리고 이런 뜻에서, 오직 이런 뜻에서만 새로이 규정하는 도덕적 지식은 ‘덕’이다.”

분석철학적 입장에서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용기있는 선언이다. 그리고 이 선언은 명제 하나하나를 단단한 벽돌 하나하나를 다듬고 쌓아나가듯 한 논리적 분석의 결과로 이끌어 낸 것이기에 더욱 값지다 할 것이다. 저자는 연구의 결과로 얻은 이 ‘신념’이 도덕교육에 그치지 않고 교육 일반에 적용돼야 함을 강조한다.

그렇다. 교육은 아름다운 체제의 계승이요, 개개인의 인격 도야요, 조상으로부터 전해져 온 문화의 발전이자 아름답고 정의로운 새 사회의 건설이기도 하다. 도덕교육은 이 교육의 핵이다. 그래서 교육과 도덕교육은 예로부터 거의 동의어로 쓰였다.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의 대표작 ‘민주주의와 교육’의 결론도 바로 이것이다. 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언어로 분석해 내기 힘든 인간과 꿈과 사랑이다.

김정환 고려대 명예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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