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5세기 걸친 베스트셀러의 X파일 ´삼국지의 영광´

  • 입력 2002년 8월 2일 17시 45분


게임 '삼국지7편'의 주요 캐릭터[동아일보 자료사진]
게임 '삼국지7편'의 주요 캐릭터
[동아일보 자료사진]
◇삼국지의 영광/김문경 지음/287쪽 9800원 사계절

“우리는 유명인의 비평을 붙이고 교정에도 만전을 기해, 인물 글자 그림 그 어느 것도 생략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고 본서를 간행해서 독자에게 내놓습니다. 살 때는 반드시 ‘쌍봉당’ 표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592년 명나라에서 출판된 ‘삼국지전’의 선전문안은 이 ‘베스트 스테디 셀러’를 둘러싼 판매전쟁이 400여년 전 이미 치열했음을 보여준다.

소설 ‘삼국지연의’가 첫선을 보인 것은 15세기 후반. 그러나 11세기의 이야기꾼들도 ‘설삼분(說三分)’이라는 제목으로 위 촉 오의 영웅담을 펼쳐냈던 사실이 증명하듯, 영웅호걸의 이상과 지략이 대결하는 이 대하로망의 역사는 훨씬 뿌리가 깊다.

이 책은 위 촉 오 대결의 역사적 배경에서부터 줄거리의 형성, 변천, 대중의 수용사(受容史)까지를 두루 다룬 ‘삼국지 X파일’이다. 오늘날 우리나라 대형서점의 서가를 장식한 ‘삼국지’가 만화 등을 포함해 수십 종에 이를 뿐 아니라, 당대의 내로라 하는 작가들이 삼국지 평역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는 형국이니 이와같은 ‘삼국지 들여다보기’가 새삼스럽지는 않을 듯하다.

먼저 삼국지의 영웅들을 들여다보자. 도원결의를 맺은 삼형제 중 오늘날 사당에 모셔지며 신(神)으로 숭상되는 인물은 관우다. 왜 그 혼자 신이 되었을까?

저자는 그의 고향이 유명한 소금산지인 산서성 해주(解州) 였다는 데서 그 단서를 찾는다. 전국을 떠돌며 활약하는 소금 상인들이 고향의 영웅인 관우를 숭상한 탓에, 관우는 심지어 상인들의 신으로까지 추앙되게 되었다는 것. 소설속에서 그의 인품과 용맹이 부각된 것은 오히려 그 뒤의 일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형식상 주인공인 유비는 분명 남자다운 데라곤 찾기 힘든 ‘못난이’의 모습을 보인다. 삼십육계 줄행랑과 눈물흘리기는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 이유가 뭘까?

저자는 중국 3대소설의 우두머리인 유비 현장(서유기) 송강(수호지)이 모두 여성적 지도자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지도자는 온순하지만 주위의 유능한 인물들이 대활약을 펼치며 그를 보좌한다’는 구성을 중국인들이 선호한다는 분석. 실제의 역사서에서는 박망파에서 승리를 거둔 사람도 공명이 아닌 유비였고, 독우를 회초리로 때린 사람도 장비가 아니라 유비였다는 설명이 곁들여진다.

‘못난이’로 그려진 나라도 있다. 3국 중 가장 오래 유지된 오나라는 왜 소설속에서 멍청한 전략을 거듭할까? ‘오나라는 3국 대결에 큰 흥미가 없었다’고 이 책은 분석한다. 중원을 다투며 국력을 소모하는 것 보다 남방 개척에 더 신경을 쓴 ‘파이어니어’같은 나라였다는 것.

저자는 교토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어린 시절 3년 남짓 모국생활을 체험한 재일교포 2세. 원저는 93년 일본에서 출간된 ‘삼국지, 연의의 세계(三國志, 演義の世界)’이며, 한국 독자를 위해 일부 내용을 생략 또는 보완했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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