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야흐릴땐 느긋한 투자를”…소강국면 증시대처법

  • 입력 2002년 7월 18일 17시 57분



주식시장이 종합주가지수 700과 800 사이에서 힘없이 표류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회계부정 사건이 촉발한 최근 주식시장의 소강상태는 빠른 시일 안에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론이 힘을 더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약세장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고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길고 긴 악재의 고리〓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부장은 “잘 나가던 증시가 약세로 돌아선 원인을 잘 따져보면 전망하기가 쉽다”며 “미국 기업의 회계 부정사건은 대략 7단계의 복잡한 연결고리를 거쳐 한국 증시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투자자들이 미국 기업들에 가졌던 신뢰가 무너진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져 미국 기업 주가가 떨어진다. 주식투자로 재미를 보았던 미국인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져 소비가 위축된다. 소비에 의존했던 미국 경제가 회복될 것인지 의심스러워진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늘지 않는다. 한국의 경기와 기업실적이 좋아지지 않는다. 이런 위험 때문에 한국 기업의 주가가 내린다.

김 부장은 “신뢰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해 악재의 연결고리가 조만간 작동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 경제가 위기 때마다 자기치유능력을 발휘했고 한국 증시가 신뢰를 잃은 것은 아니어서 주가지수가 더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주가지수 1,000선 달성을 낙관해 온 유수 증권사들도 7월 초부터 기존의 전망치를 포기했다. 박문광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수출과 환율, 정보기술(IT)경기 등 어느 면에서도 증시를 견인할 요소가 없다”며 “연말까지 주가지수가 700∼950선을 오르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침체장세 대처 6계명〓실제로 최근 증시에서는 705원짜리 하이닉스반도체가 연일 거래량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저가주가 주류를 이루고 그림자에 불과한 선물 등 파생상품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실물시장을 뒤흔드는 불안한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서형석 한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장세에 대처하는 6계명을 운전에 비유해 제시했다. △안전벨트(리스크관리)를 매라 △차로 바꾸기(종목교체)를 자제하라 △운행거리(주식보유기간)를 단축하라 △기름(주식비중)을 가득 채우지 말라 △과속(신용 및 미수거래)은 금물이다 △대중교통(간접투자상품)을 이용하라.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