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나라 라오스를 가다]맨발의 탁발행렬이 아침여는 淨土

  • 입력 2002년 7월 12일 18시 42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앤 거리에서 스님들이 철발우를 들고탁발을 하고 있다 [사진=김갑식기자]
라오스 수도 비엔티앤 거리에서 스님들이 철발우를 들고
탁발을 하고 있다 [사진=김갑식기자]
10일 오전 5시(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시내 곳곳에는 주홍색 승복인 ‘파스’을 입은 ‘쿠바’(스님)들의 모습이 보인다. 스님들이 마을에 가서 밥을 얻는 탁발(托鉢) 행렬이다. 탁발은 스님들이 수행에 전념하고 아만(我慢·잘난 체하는 마음)을 없애며 보시하는 이의 공덕을 높이기 위한 것. 라오스 미얀마 등 남방 불교에서는 아직도 행해지고 있지만 한국 등 북방 불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초기 불교의 전통이다.

도심 한가운데 대통령 궁에 모여든 불자들은 철 발우를 들고온 스님들에게 정성스럽게 공양을 올렸다. 내용물에는 밥과 과일은 물론 소액의 돈도 있다. 탁발 할 때는 스님이나 불자나 모두 맨발로 하는 게 원칙이다. 탁발에는 거동이 불편한 스님을 빼고는 예외가 없다. 심지어 종정인 비칫 싱하라(67) 스님도 탁발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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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 최고지도자 비칫 싱하라 종정

라오스의 아침은 탁발 행렬로 깨어난다.

라오스는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불교에 젖어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곳 불교는 한국 중국 일본과는 다른 소승 불교. 전체 인구 500여만명 가운데 65%가 불교도이고 전통적인 정령숭배와 결합된 불교 신자까지 합하면 95%에 이른다. 전국 2500여개 사찰에 쿠바는 2만5000여명에 이른다.

라오스 탓 루앙 사원

비엔티앤 시내에 있는 크고 화려한 건물은 대부분 사찰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불교는 베트남과 태국 등 주변 강대국에 끼여 있는 이 고요한 나라를 움직이는 시계침이기도 하다.

‘나무타사카타와토알라하토∼’.

비엔티앤에 있는 400여년 전통의 옹트 사원. 부처님과 부처님 가르침, 스님 등 3보(三寶)에 귀의하겠다는 ‘삼귀의’(三歸依)가 나지막하게 울려퍼진다. 60대 후반의 쿠바가 신성한 물을 뿌려주며 불자들을 축복하고 있다. 사원 문을 나서면 삼삼오오 어디론가 가는 쿠바를 도처에서 만날 수 있다.

라오스 남성들은 일생 동안 한번은 출가해 쿠바가 된다. 또 부모상을 당하면 7일간 삭발하는 전통이 있다. 일단 출가하면 절도 거짓말 살인 음주 성관계 등을 완전히 끊어야 된다. 오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 오후불식(午後不食)의 전통도 있다.

일시적인 단기 출가와 달리 ‘정식 출가’는 매우 까다롭다. 스님들의 사회적 위상이 높고 일반인들의 존경심이 크기 때문에 지방행정기관과 라오인민혁명청년동맹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야만 출가가 가능하다.

부종정이자 옹뜨 사원 내에 있는 승가대 학장인 부아칸 사리붓(69) 스님은 “워낙 출가자가 많기 때문에 쿠바가 됐다 환속하거나 재출가하는 스님도 있지만 존경받는 스님은 연륜이 많은 독신 수행자”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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