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 한탕주의 온상인가<하>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49분


코스닥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가 점차 지능화, 조직화하고 있다.

과거엔 일부 투자자가 통정매매, 허수호가, 루머 등 ‘작전’을 통해 주가를 조작했다면 요즘엔 대주주나 경영진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조직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인수합병을 통한 주가조작의 중심에는 ‘우회등록(back door listing)’이 있다. 등록자격이 없는 비공개법인이 등록법인과 합병해 등록의 효과를 누리는 것.

한국증권업협회 김병재 등록관리팀장은 “우회등록은 합병의 시너지를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보다는 비공개 대주주가 지분을 현금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우회등록과 인수합병에 대한 규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규제의 허점을 이용한 불공정거래도 끊임없이 ‘진화(進化)’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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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닥 한탕주의 온상인가(상)

▽지분매각 제한의 허점 악용〓일부 최대주주는 우회등록을 하면 신규등록 때와는 달리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에 제한이 없다는 데 주목했다. 즉 신규등록 때의 2년간 지분을 매각할 수 없는 ‘보호예수’ 규정이 없는 것.

금융감독원 증권감독국의 한 관계자는 “비공개회사의 최대주주는 보유지분을 시장에서 거래되는 등록회사의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데다 합병으로 지명도를 높여 주가도 올리는 효과를 거두었다”며 “실제로 허술한 규정을 이용해 단기간 내 차익을 남긴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7월 ‘비공개법인이 등록법인과 합병한 경우 최대주주는 합병 기일로부터 2년간 주식을 팔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심사의 제한을 피해서〓등록법인이 자사보다 규모가 작은 비공개법인과 합병할 때는 심사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십분 활용됐다.

올 3월까지도 코스닥기업들이 작은 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울 수 있도록 규모가 작은 회사와의 합병에선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

협회의 한 관계자는 “심한 경우 등록기업의 대주주가 비등록 자회사를 만들고 합병을 통해 등록시킨 뒤 차익을 챙기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폭등 재료로 사용된 인수개발(A&D)의 대부분이 이 같은 유형이다.

올 3월부터는 등록법인과 합병하는 모든 비공개법인에 대해서는 등록요건을 심사하고 합병비율도 외부평가기관이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사의 ‘치외법권’ 주식 맞교환〓‘주식 맞교환’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검찰의 조사가 시작된 등록 D사와 비공개 C사의 주식 맞교환이 대표적이다. 전통 제조업체인 D사는 지난해 4월 C사와의 A&D를 발표한 뒤 12월까지 지분 50%를 획득했다. 두 차례에 걸친 평가가격은 각각 5만8850원(액면가 5000원), 9800원(액면가 500원). 지난해 C사의 매출은 6억원, 순손실은 14억원이었다. D사는 “C사의 미래 수익을 인정했다”고 밝혔지만 그 해 외부감사기관은 C사의 지분 매입금액을 전액 손실처리했다. 주식 맞교환은 합병이 아니어서 평가가 적절했는지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지 않았고 현행 규정대로 공시만 이뤄졌다.

D사는 비록 엉터리 주식을 비싼 값에 샀지만 A&D가 최고의 재료로 받아들여지던 시기여서 D사의 주가는 A&D 발표 후 20거래일 중 18일간 상한가를 쳤다.

C사의 대주주도 물론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검찰은 최근 D사의 대표이사 등이 주식교환 이전에 미리 D사의 전환사채(CB)를 인수, 19억원의 차익을 남긴 사실까지 밝혀내고 구속했다.

금감원 공시심사실 고중식 팀장은 “주식교환은 거래 이후에도 두 법인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며 “가격 협상은 시장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고 감시는 주주들이 공시를 통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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