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송종환/국회, 다수당이 운영해야

  • 입력 2002년 7월 9일 18시 56분


40일 동안 표류해오던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어 임기 2년의 국회의장단을 선출해 제16대 후반기 국회를 출범시켰으며 10일에는 17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국회 의장단 선출은 국회의원들의 자유투표에 의해서가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당 원내총무간의 협상에서 국회의장은 투표로, 부의장은 자민련과 의장을 내지 못한 당이 갖기로 사전 합의한 바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상임위원장도 당별로 철저히 배분될 예정이다.

이제 국회는 집권당 출신이 아닌 국회 다수당 출신의 국회의장을 선출함으로써 형식적으로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는 계기를 맞았다. 하지만 양당 총무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회가 공전되고, 특히 이번 후반기 국회가 12월 대선을 치르는 대선 국회라는 점에서 순탄치 못할 전망이다. 우리 국회 운영의 발전을 위해 연중무휴로 열리고 있는 미국 의회의 운영제도를 살펴보자.

▼정당별 배분 책임정치 훼손▼

하늘에서 보면 도시 설계상 미국의 국회의사당은 워싱턴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건물의 높이도 백악관이나 워싱턴 기념탑보다 높다. 이렇게 국회의사당이 수도의 중심,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유는 어느 정부기관도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의회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할 수 없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장단과 원내총무 등 상하 양원의 지도부는 2년마다 개최되는 선거 결과에 따라 각 정당의 소속 의원들에 의해 선출된다. 대통령과 의회의 다수당이 같은 당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은 하원의 의장이나 상하원의 원내총무 선거 등 의회지도부 구성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하원의장이 대통령과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 그는 다수당의 지도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견을 매스컴 등을 통해 밝힐 수 있다. 요컨대 원내 다수당의 지도자는 대통령이 아니라 하원의장과 원내총무다.

미 의회에는 여당 야당이라는 용어가 없고 2년마다 실시되는 선거 결과에 따라 다수당과 소수당이 정해질 뿐이다. 대통령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상하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의회를 지배한다.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은 하원의장은 물론 각 원의 상임위원장 직도 독점하며 약 1500여명의 전문위원 등 스태프들도 자당 소속으로 교체한다. 우리나라처럼 원만한 국회 운영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정당들이 의장단 상임위원장 등 국회 지도부의 직책을 나누어 갖지도 않으며, 소수당이 정책여당 등의 논리를 내세워 국회의장직과 운영위원장직을 요구하는 고집을 부리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국회 지도부를 나누어 갖는 것 자체가 의원들이 국민의 의사를 임의로 변경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2000년 11월 상원의원 선거에서 1881년 이래 처음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석 수가 50 대 50으로 동수가 되자 양당 원내 총무들은 공화당이 각 상임위원장을 맡되 각 상임위원회의 구성과 예산은 균등 배분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2001년 6월 제임스 제퍼즈(버몬트주) 상원의원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보수적 교육, 환경 정책에 반기를 들고 공화당을 탈당하자 상원의 의석 비율은 민주당 50석, 공화당 49석, 무소속 1석이 되었다. 두말할 필요가 없이 상원의 운영권은 물론 각 상임위원장직은 1석이 많은 민주당이 독차지하게 되었다.

의석 수 우세로 횡포를 부린 의회 다수당은 다음 대통령선거나 총선거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게 된다. 1994년 11월 총선에서 압승해 상하 양원의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의 지휘 아래 민주당 빌 클린턴 행정부가 제출한 행정부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으로 행정부를 견제해 그 추운 겨울 많은 공무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하고 출근도 못하는 사태를 유발시켰다. 그리고 1996년 11월 국민은 클린턴 대통령을 재선시켰다. 이는 1994년 총선 결과로 보아 도저히 기대할 수 없었던 일이다.

▼상임위 연중무휴로▼

우리나라의 경제는 세계 10강을 넘보고 국민의식도 월드컵에서의 4강 진출과 질서있는 거리응원 등으로 한껏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졌으나 정치는 아직도 수준 미달이다. 국회 지도부를 각 정당들에 배분하지 말고 다수당이 국회운영을 맡는 책임정치를 하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국회는 제왕적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고 민주주의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 우리 국회도 상임위원회를 연중무휴로 열고 민의를 반영하면서 책임정치를 하는 미국 의회처럼 발전되기를 기대해 본다.

송종환 충북대 초빙교수·전 주미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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