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좌파적 시각의 스크린 투쟁사 '영화운동의 역사'

  • 입력 2002년 7월 5일 17시 55분


◇ 영화운동의 역사:구경거리에서 해방의 무기로/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센터 프리즘 엮음/460쪽 1만8500원 서울출판미디어

영화연구의 주제는 크게 보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텍스트로서의 영화작품을 둘러싼 연구이다. 작품론, 장르론, 작가(감독)론 등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둘째는 영화의 역사에 대한 공시적, 통시적 연구다. 각 국의 영화사 연구와 시대별 흐름, 영화운동 등이 다뤄지는데 아무래도 장르의 생성과 진화, 매체가 가진 기법 변천사 등의 통시적 연구가 주류를 형성해 왔다. 셋째는 영화를 둘러싼 여타의 문제, 즉 정치 경제 산업적 측면, 그리고 기술을 연구하는 분야다.

이런 연구들 중 특히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특정부분만 집중적으로 조망되면서 균형을 이루지 못해 온 영역이 바로 영화운동의 역사다. 그동안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영화 역사의 여러 시기, 여러 나라들의 다양한 영화운동의 모습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 책의 출현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책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자주 언급되고 그만큼 잘 알려져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신화화돼 있는, 이른바 부르주아 영화운동에 대한 재점검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입장을 좌파적 시각에서 세밀히 되짚어내고, 소외돼 있던 부분에 대해서는 집중적 조망과 새로운 의미부여로 기존 연구에 정면 도전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크게 보아 노동계급 또는 민중운동의 수단으로의 영화(운동), 영화 자체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가치전복과 새로운 지도 그리기로서의 영화운동을 조망한다. 그리고 TV와 방송, 비디오, 멀티미디어에 이르는 인근 매체를 영화운동의 맥락에서 활용하고 포괄할 만한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끄집어내고 있다. 다만 영화사의 한 층위로서의 영화운동사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때, 현상의 해석에 대한 관점이 지나치게 한 쪽(좌파적)으로 편향되어 균형을 잃어버린 글쓰기가 종종 발견되는 점은 분명히 지적해 두어야겠다.

이 땅에서 영화를 통해 가치전복을 꿈꾸는 이들, 계급투쟁의 일환으로 영화를 만들고 영화로 운동을 추동해 가려는 이들, 제도권 영화만이 영화의 전부가 아니라 방송이라는 인접 매체와의 연계, 그리고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멀티미디어라는 새로운 매체 환경 하에서 외연을 확장하고자 하는 모든 실험과 시도를 하는 젊은이들이 있다. 어떤 전복 혹은 변혁을 꿈꾸는 운동이든지 그 주체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노선을 결정하는 마니페스토(manifesto·실천강령)가 필요하다. 특히 스스로의 사고와 행동의 합목적성을 역사로부터 도출해내려는 저자들의 시도는 행동 강령을 넘어 실천적 지침이 될 만한 비전을 제시한다. 영화를 둘러싼 다양한 연구서의 출현을 목 빠지게 기다리며 탄식도 하고 자책도 하는 입장에서, 이만한 연구서가 젊은 영화학도들을 중심으로 해서 씌어지고 묶여 나온 것에 대해 스스로 크나큰 도전을 받는다.

모든 예술의 진보 뒤에는 항시 창의적이고 탁월한 정신을 가진 개인, 혹은 집단의 노력이 있었고, 그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부박한 현실의 장애를 넘어 상상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서 정 남 영화평론가 debat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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