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말한다]‘몽골민속기행’ 펴낸 장장식씨

  • 입력 2002년 6월 21일 18시 47분


국립민속박물관 전문위원인 장장식씨(44·사진)는 ‘몽골 예찬론자’다. 그는 몽골과 한국이 북방아시아 지역에 살고 있는 민족으로 유사점이 많다는 것에 특별한 매력을 느꼈다. 그는 최근 펴낸 ‘몽골민속기행’(자우 출판) 서문에서 “몽골과의 인연이 우주처럼 광대하고 빛나기를 갈망한다”고 적었을 정도다.

그가 몽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년전 북부 시베리아 하바로프스크 사하 공화국 답사를 갔을 때 아무르 강가의 소수민족인 나나이족을 만나면서부터. 물고기 껍질로 옷을 해입는 이들이 온돌을 이용하는 등 생활 형태가 우리 민족과 비슷한 것을 보고 우리 민족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흥미를 느꼈다.

그는 1999년부터 몽골국립대학 한국학과 객원교수로 2년간 머물면서 본격적인 몽골 연구를 시작했다. 틈이 나는 대로 비행기를 타고 몽골의 지방을 돌아다녔다. 이 책은 몽골의 신앙적 측면과 몽골인의 전통적 삶을 있는 있는 그대로 묘사한 ‘몽골 민속에 대한 연구 노트’다.

그는 몽골이 유목사회인데 비해 한반도는 농경사회로 다른 문화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증거를 내놓는다. 다양한 형태의 어워(돌무더기 위에 신목을 꽂는 신앙행위)가 한국의 서낭당과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으며 몽골 사람들이 행운을 빈다는 차강이데(유제품) 색깔이 흰색임을 들어 ‘백의민족’이었던 한국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다. 고려시대(1286년) 불화인 아미타여래도(일본 소장 중)의 가슴에 하스(하늘신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쓰였던 십자를 변형한 것)도 몽골 혹은 원나라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임금 뒤에 놓는 병풍의 일월오악도(해 달 산을 그린 그림)는 중국과 일본에는 흔하지 않은 그림이다. 하지만 몽골에서는 선사유물인 사슴돌 등에 해와 달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몽골과 한국을 닮은꼴로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씨는 또 “몽골 지방 답사 중 가스가 떨어져 식사를 못하고 있을 때 한 몽골인이 ‘소 말똥을 태워서 연료로 사용하라’고 말해주었다”면서 “동물의 배설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제주도에서도 존재했던 풍습”이라고 말했다.

‘몽골민속기행’은 5월의 몽골 고비 사막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모랫더미로 첩첩 사막을 이루고, 낙타의 먹이가 되는 키 작은 가시 풀이 무성하게 자라며, 한여름에도 녹지않는 얼음 계곡이 존재한다며 경이로움을 표한다.

또 풍요를 기원한 남근, 역동적인 정력을 한껏 발산하는 듯 남녀가 상하 역자세로 교접 하는 사막 바위산의 바위 그림이나 여근곡을 바라보는 남근석 등 각양각색의 사진도 이채롭다.

그는 “음기는 양기로 양기는 음기로 다스려야 음양의 조화 속에 인간의 삶이 풍요로워진다”며 “음양의 조화는 삼라만상을 움직이는 힘으로 17세기 몽골인은 이런 이치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몽골을 답사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사막의 지독한 황사바람 때문에 텐트가 날아갔고,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지프가 뒤집히는 사고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교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경희대 대학원에서 ‘한국의 풍수설화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장씨는 몽골 탐험과 연구를 계속할 작정이다. 장씨는 “내년 경 동서문화의 접점이고 터키 우크라이나와 관계가 깊은 서몽골 지역을 답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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