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고대사 뒤집어보기 '화랑세기'

  • 입력 2002년 6월 14일 17시 37분


화랑세기/김태식 지음/458쪽 1만4800원 김영사

1989년에 공개된 필사본 ‘화랑세기’가 신라인 김대문의 저술인가 아닌가 하는 논쟁이 10여년째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화랑세기’가 왜 김대문의 작품일 수밖에 없는 지를 고고학 비교문헌사학 언어학 신화학 민속학 고문서학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파헤친 책이다.

예컨대 신라의 독특한 신분제라고 역사학계에서 구축한 ‘골품제’는 필사본을 통해 모든 존재기반을 상실했다. 왜냐하면 골품이란 기존에 알고 있던 것처럼 성골 진골의 두 골(骨)과 6두품 5두품 4두품 등의 두품(頭品) 신분을 합친 것이 아니라 ‘골의 품계(단계)’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골품의 개념조차 잘못 알고 있었던 셈이다.

그 실체에 대해 논란이 분분한 신라 신궁(神宮)은 신국(神國) 신라를 표상하는 곳으로 죽은 왕이나 생전에 대 영웅으로 칭송 받았던 신라인들이 모셔진 사당이었다. 신라 왕은 살아 있는 신(神)이었음이 필사본을 통해 드러났다.

신라 하대 최대의 미스터리 인물로 꼽히는 37대 선덕왕(재위 780-785) 김양상은 알지-미추-내물-김춘추로 이어지는 경주 김씨가 아니라 금관 가야 김수로왕의 후손이며 김유신 가문에 속하는 김해 김씨라는 충격적인 사실도 밝혀졌다. 김양상은 김유신의 친동생인 김흠순의 증손자였다.

더불어 신라는 남색(homosexuality)이 일반화된 사회였으며 필사본에 나타난 이른바 ‘파천황’의 성풍속은 겉으로는 난잡해 보이지만 거기에는 대단히 엄격한 사회원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간파해 냈다.

저자는 “필사본 ‘화랑세기’는 김대문의 ‘화랑세기’를 베껴 적은 것이며 따라서 한국고대사, 특히 신라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접어들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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