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용/´교육´ 팽개친 ´로망스´

  • 입력 2002년 6월 7일 18시 37분


여교사와 고교생 제자의 사랑을 다룬 MBC 드라마 ‘로망스’에 대해 교원단체가 “교권을 실추시키는 비교육적 드라마”라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대중매체의 선정주의적 상업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영화 ‘친구’도 지나친 폭력성 때문에 논란이 일었고 교내 급우 살인 사건 등이 발생할 때마다 비판의 도마에 오르내렸다.

불특정다수에게 전달되는 TV드라마는 폐쇄된 공간에서 제한된 관객에게 상영되는 영화보다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드라마 ‘로망스’에서는 고교생 제자가 여교사와 교실에서 키스하고 여학생이 스승을 신문사에 제보하는 일도 벌어진다. 또 제자가 스승에게 계란을 던지고 수업을 거부하는가 하면 경찰관이 교내에 들어가 제자 앞에서 교사를 연행하는 장면도 방영됐다.

전북의 고교 교사 C씨(30·여)는 “남학생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면 학생들이 ‘로망스’라고 놀려댈 정도”라며 “학생이 던진 계란을 맞고 수업을 거부당하는 교사들의 모습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감은 “극중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학교나 사제관계를 비정상적인 상황으로 이끌어 시청률만 높이려는 제작진의 상업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드라마 제작 관계자는 “드라마는 전체 시청자의 의견을 감안해 제작하는 것이지 일부 단체의 입장을 고려할 수는 없다”며 “문제가 된 내용을 빼버리면 드라마 내용이 밋밋해져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중파방송은 방송사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민의 재산이며 공영성과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 시청자들이 좋아하고 흥미를 느낀다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면죄부까지 부여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교육현장을 소재로 삼아 드라마를 제작할 때는 재미와 시청률보다 사회적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박용기자 사회1부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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