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블랙박스]스타들 안보이는 대종상 영화제

  • 입력 2002년 5월 27일 17시 31분


제39회 대종상 영화제가 26일 열렸다. 하필이면 한국과 프랑스의 축구 평가전과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더구나 지상파가 아닌 영화채널 ‘무비플러스’에서 단독 중계되는 바람에 더욱 조용히 치러졌다.

하지만 그런 상황을 감안해도 화면에 비친 현장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한산했다. 1년에 한 번, 시상식장에서야 다 모인다던 유명 영화배우들은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등장해 금년도 수상자를 발표하던 스타들의 시상 모습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주연상의 경우 전년도 수상자가 나와 온화한 미소를 띠고 금년도 수상자를 호명하며 축하해주거나 전년도 수상자가 자신의 이름을 발표하며 2회 연속 수상에 기뻐 어쩔 줄 모르던 극적인 모습들이 모두 사라졌다. 팬들은 시상자로 나온 사람들을 보며 그 사람들이 누구고, 왜 그 자리에 서게 된 것인지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따로 필요할 정도였다.

영화제의 구경거리란 화려한 의상을 입은 스타들이 차에서 내려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부터 기라성같은 스타들이 객석에 나란히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 수상자 발표 직전 서로 긴장된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리는 모습들이다. 이번 대종상 시상식에서는 그런 묘미를 찾아보기란 어려웠다. 심지어 축하 공연을 위해 나온 가수조차 신인이 나와, 일부 시청자들은 그 가수가 누군지 어리둥절했을 정도다.

한국 영화인 최고의 축제로 손꼽히는 대종상 영화제가 왜 이렇게 됐을까? 지난해에는 전통적인 한국 영화인협회와 신진 세력 중심의 영화인 회의가 공동 주최했지만 올해는 한국 영화인 협회 단독 주최로 열려 젊은 영화인들이 대거 불참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미국으로 치면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마찬가지인 대종상의 침체는 단순히 영화계의 미묘한 알력때문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더구나 한 언론사의 주최로 열리는 청룡영화제는 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축제 분위기를 이뤘던 것과 대조적이다.

사실 그동안 대종상은 여러 차례 공정성 문제에 시달려왔다. 특히 수 년 전, 아직 극장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가 최우수 작품상을 받으면서 대중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일부 영화계 주요 인사들에 의해 수상자가 좌지우지된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영화계 내부에서도, 로비에 의한 수상이란 있을 수 없지만 적당한 분배는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악습도 사라져 공정해졌다고 한다. 게다가 대종상 사상 최초로 외국인 출연 배우나 스태프들의 공로를 인정해 그에 대한 시상도 이뤄져 점차 국제화 돼가는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한 번 팬들에게 각인된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처럼 씁쓸한 기분을 안고 초라해진 영화제를 보느니 차라리 한국의 영화상을 하나로 통합하거나, 대종상이 보다 공정한 심사를 통해 진정한 영화인들의 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랄 뿐이다.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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