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퓰리즘이 부른 상가임대 혼란

  • 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34분


임대 상인들이 때아닌 임대료 인상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현상은 포퓰리즘 입법의 전형적인 폐해라고 할 만하다. 영세상인을 보호하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의원입법으로 5년동안 임대를 보장하도록 정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말썽이다. 국회는 법을 손질할 생각은 않고 시행하라고만 밀어붙이고 있으니 ‘국민을 위한 국회’와는 거리가 멀다.

임대료 인상 문제를 놓고 상가 임차인과 주인간에 분쟁이 여전하고 언제 상가를 비워야 할지 몰라 불안한 현실에서 영세상인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영세상인을 위한다는 취지의 법이 오히려 상인을 불안하게 만든다면 탁상공론의 부실입법에 불과할 것이다.

이 법이 정하고 있는 임대차 보장기간 5년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경제환경 변화가 극심한 터에 5년 동안 임대를 보장할 상가주인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고 설령 임대를 보장하더라도 비싼 임대료를 요구할 것이다. 실제로 올 들어 많은 상인들은 임대료 인상을 통보받고 있다고 한다.

이 법은 1년마다 임대료를 조정할 경우 인상률 상한을 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대상이 되는 영세상인의 범위나 인상률 상한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역별 규모별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소지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상가 공급이 줄어 임차인에게 불리해진다. 상가건물은 은행 대출로 짓는 경우가 많은데 보증금 우선 변제권을 인정하면 은행이 대출을 꺼리고 결국은 상가공급이 줄어 기존 임대료만 올라가는 부작용이 빚어지게 된다.

입법 취지가 훌륭하더라도 영세상인과 상가 주인간에 빚어지는 갈등을 풀지 못하고 영세상인에게 불리하게 된다면 바람직한 입법이라고 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부작용이 불 보듯 뻔한 법의 시행을 고집할 게 아니라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무리한 시장개입이 빚은 역효과는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게 최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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