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국민연금 증시 ‘판’ 바꾸나…주식투자비중 확대추진

  • 입력 2002년 4월 29일 17시 28분


한국 증시 최대의 ‘큰 손’이 되려는 국민연금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12년 운용자산의 20∼30%를 국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중장기투자정책위원회의 안건을 5월말 기금운용위원회를 거쳐 기획예산처에 보고할 예정이다. 안건은 기획예산처의 협의 조정을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안건이 통과되면 국민연금은 외국인투자가에 맞설 수 있는 한국 증시 최대의 매수 세력이 되고 증시와 기업의 문제를 하나 둘 고쳐갈 동인(動因)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기대다.

▽왜 주식투자인가〓연금 운용의 수익성을 높이고 기금 고갈을 늦출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3월말 현재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은 6.1%. 8%수준을 유지하더라도 2051년이면 기금이 바닥난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계산이다. 우선 가까운 미래에 기금 수요는 늘고 재원 공급은 줄어든다. 노령화에 따라 연금을 받는 노인은 늘고 출산율이 낮아짐에 따라 연금을 내는 청년은 줄기 때문이다. 또 현재의 연금 수혜 구조는 젊어서 10원을 내고 늙어서 17원을 받아가도록 설계 돼 있다.

반면 지금같은 저금리가 계속되면 국고채 등 안정자산에 대한 투자 수익률은 떨어지고 그동안 정부의 요청에 따라 집행했던 공공부문 투자는 연기금 개혁안에 따라 줄여야만 한다.

한성윤 국민연금 기금정책팀장은 “결국 주식과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2년의 주식투자 비중을 20∼30%로 올릴 경우 2055∼2057년까지 기금 고갈을 늦출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우량 기업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정기예금 금리를 넘어서는 등 장기투자가 가능한 증시 환경이 조성된 것도 변화를 시도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왜 국민연금인가〓홍춘욱 굿모닝증권 과장은 “계획대로라면 1992년 이후 외국인 이외에 별다른 순매수 세력이 없던 증시의 매수 기반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고 말했다.

3월말 현재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액수는 4조원 정도. 위원회 안에 따르면 2012년 국민연금의 평균 적립기금은 304조9500억원에 이르고 이중 30%인 91조4800억원이 주식에 투자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굿모닝증권은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말 1%대에서 2010년에는 26%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삼성전자 지분의 55%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은 언젠가는 경영권 등에 간섭할 것”이라며 “연기금이 국내 우량 회사의 주식을 많이 보유하면 외국인에게서 기업을 보호하고 증시의 출렁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영 국민연금 주식운용팀장은 “국민연금이 우량 회사의 대주주가 돼 경영을 감시하면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고 경영 상태도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70년대 후반부터 사회보장기금의 적자가 늘어나면서 연금 개혁이 단행됐고 연기금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투자 비중을 늘렸다. 미국의 연기금 규모는 2000년 7조2000억달러를 넘어섰고 65%를 주식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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