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재헌/플랜트 사업,관련부처 협력 절실

  • 입력 2002년 4월 28일 20시 23분


현재 우리나라 수출산업으로 100억달러(약 12조원) 단위의 물량을 가진 업종은 손꼽을 정도이며 기존 전통산업 중에서는 자동차, 조선, 플랜트 건설 등이 이에 속한다. 요즘 회자되는 T자 돌림 신기술이 100억달러 단위의 수출 품목으로 등재될 때까지는 기존 산업이 버텨 주어야 하며 그 후에도 전통 수출산업을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외국에 공장을 지어주는 사업 즉 해외 플랜트 건설사업의 작년 수주액은 무려 100억달러나 된다. 그런데도 해외 플랜트 사업부를 거느린 건설회사에서는 적자를 보았다고 사업부를 축소하고 관련 기술인을 대거 정리하고 있으니 12조원 수주의 효과가 무엇인가.

집을 수리할 때 집주인은 총책임자로서 일괄 도급자를 선정하고 모든 경비는 도급자를 통해 지급하며 모든 책임을 도급자에게 넘긴다. 도급자는 집주인이 만족할 만한 품질과 성능을 구비한 기자재를 좋은 가격에 구매하여 시공을 완료함으로써 자기의 이익을 최대로 얻을 수 있게 된다. 자연히 수리에 소요되는 대부분의 기자재 구매권은 도급자가 가지게 된다. 이에 기자재 생산자와 도급자는 상호 협력적인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도급자가 누구냐에 따라 해당 기자재의 선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해외 플랜트 건설사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일괄방식으로 진행되는 해외 건설공사의 도급자로서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다면 한국산 제품 정보를 잘 아는 도급자를 확보한 것과 같아서 우리 제품 수출이 크게 유리해진다. 플랜트 건설사업은 그 특성상 외화가득률이 그리 높진 못하다. 국내 건설사가 100억달러 사업을 수주하였을 때 건설사 자체 노력에 의한 수익은 최대 10억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수주액의 절반 이상은 기자재 구입에 소요되므로 실질적인 국익은 국산 기자재 판매에서 크게 기대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 건설사가 시공하는 해외 공사에서 사용되는 국산 기자재의 비율은 10∼20% 정도다. 건설사로서는 국산 제품을 써주고 싶어도 찾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있더라도 마땅한 품질과 성능을 보장하기가 힘들므로 어쩔 수 없이 외산을 구매하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해외 건설현장에서 필요한 기자재를 잘 선정하여 품질과 성능을 개발한다면 국익 차원에서는 큰 수출 성과를 올릴 수 있다.

플랜트 사업은 각종 산업부문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업종이므로 이와 관련된 업무에서 산업자원부와 건설교통부의 중복은 당연하며 국익 차원에서 보완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도급자를 후원하는 건교부와 생산자를 후원하는 산자부는 서로 주관 부처임을 자처하면서 협력적이라기보다는 경쟁적으로 해외 플랜트 사업을 지원한다고 나서고 있다. 이래서는 국가 차원에서 외화가득률 증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수출을 지휘하는 산자부는 플랜트 건설 소요 기재의 개발을 맡아 주어야 한다. 건교부는 보증지원 확대 등 인센티브 정책을 통해 국익 증대 차원에서 국내 업체를 특화시키고 국내업체간의 과당경쟁이 아닌 합작을 유도하는 등 정책을 개발하여 우리 건설사가 해외수주를 많이 획득하도록 적극적인 제도 개발에 나서야 한다.

이재헌 대한설비공학회 회장·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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