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헤지펀드 상륙… 사모펀드 10여개 운용

  • 입력 2002년 4월 8일 18시 18분


“올해 초 10개 창업투자회사에 1000억원의 운용을 맡겼습니다. 수익률 15%까지는 기본 수수료만 주고 15%를 넘을 때는 초과분의 20%를 성과보수로 줍니다. 한국에서도 헤지펀드가 막을 올리고 있는 셈입니다.”(국민연금관리공단 김선영 기금운용본부장)

“몇몇 고객과 일임계약을 하고 고객 돈을 맡은 뒤 목표수익률을 정해 이를 초과하면 성과보수를 받는 식으로 운용합니다. 부동산이나 비상장 주식 및 외환 등에 투자할 수 없기는 하지만 사실상 헤지펀드입니다.”(마이애셋자산운용 최남철 전무)

한국에도 ‘헤지펀드 시대’가 열리고 있다. 물론 현행 법규정에서 헤지펀드는 허용되지 않고 있어 헤지펀드라는 말을 쓰지 못한다. 하지만 고객을 소수로 제한하고, 절대(목표)수익률을 제시한 뒤 이를 넘어서면 성과보수를 받고, 일임매매 계약으로 ‘10%룰’을 적용받지 않는 등 자산운용에 자율성이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헤지펀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법으로 시장의 수요를 막기는 쉽지 않은 상황.

▽헤지펀드 시대 이미 시작됐다〓리치컨설팅은 작년 12월에 사모M&A펀드를 만들었다. 개인 21명이 62억7100만원을 내 발족했다. 현재 순자산가치는 54.4% 오른 96억8800만원. 이 회사 구권림 사장은 “고객들의 수요가 많아 4월중 2호 펀드를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 같은 사모펀드는 10여개가 만들어져 있다. 이들 펀드는 △고객을 49명까지로 제한하고 △수익률이 15%를 넘으면 초과분의 20%를 성과보수로 받으며 △비상장·비등록 주식에도 투자할 수 있는 등 투자에 제한이 없다는 점에서 헤지펀드와 거의 비슷하다. 헤지펀드와 다른 점은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없고 △부동산이나 실물상품(원유 금 등) 및 환율 등에 투자할 수 없다는 점뿐이다.

▽왜 헤지펀드 방식인가〓헤지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수익률을 제시한다는 점. 뮤추얼펀드나 주식형 수익증권은 실적배당 상품이어서 투자를 한 뒤 남은 이익을 나눠준다. 하지만 헤지펀드는 계약할 때 수익률을 제시한다. 통상 주식형은 15%, 채권형은 국채수익률에다 몇 %포인트를 더한 수준. 1998년 9월 러시아 위기로 파산한 미국의 롱텀캐피털(LTCM)이 제시한 수익률은 연 8%였다.

투자자문도 연 15% 안팎의 목표수익률을 제시해 국민연금이나 정보통신부 등 공공기관과 은행 생명보험 등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LG투자증권 이덕청 금융시장팀장은 “부자들은 수익률을 확정짓는 것을 좋아한다”며 “한국에서도 헤지펀드 형태의 자산 운용이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투자자문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은 자산운용에 제한이 없기 때문. 뮤추얼펀드나 주식형 수익증권은 한 종목에 운용자산의 10% 이상 투자할 수 없다는 ‘10%룰’을 적용받는다.

반면 투자자문에 맡기면 이런 제한이 없다. “일임매매는 고객이 증권사에 계좌를 갖고 있고 투자자문사에 자문만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자산운용에 대한 제한을 하지 않는다”(금융감독원 신해용 자산운용감독국장). 유망종목이 있으면 투자금액 전부를 ‘집중투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투자자문사는 성과보수를 받기 때문에 자문사들이 밤잠 자지 않으면서 ‘죽기살기’로 운용한다.

▽유명 펀드매니저는 투자자문으로〓미국의 유명한 펀드매니저 가운데 한 사람인 제프리 비니크는 1996년 헤지펀드를 만들었다. 그는 ‘살아있는 월가의 전설’로 평가받는 피터 린치가 은퇴한 뒤 몇년 동안 피델리티 마젤란펀드를 맡았다. 그가 헤지펀드를 맡자 얼마 지나지 않아 10억달러(약1조3000억원)가 몰렸다.

최근 국내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투자자문사 사장도 대부분 투자신탁회사나 자산운용회사의 대표 펀드매니저 출신이다. 한가람투자자문의 박경민 사장은 세이에셋자산운용, 메리츠투자자문 박종규 사장은 LG투자신탁운용, 코스모투자자문 최권욱 사장은 서울투신운용, 김석교 B&F투자자문 사장은 한국투자신탁운용, 튜브투자자문 김영수 사장은 동양오리온투자신탁운용 매니저 출신이다.

다만 투자자문에 돈을 맡길 때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주식형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는 대형이며 감시감독이 철저해 투명하지만 투자자문은 소형이고 서비스도 제한적이어서 자기책임 아래 돈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헤지펀드·뮤추얼펀드·주식형수익증권 비교
구분헤지펀드뮤추얼펀드주식형수익증권
형태한정된 고객으로 이루어진 사적 파트너십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회사형 펀드신탁약관에 의해 투신사가 불특정다수에게 판매하는 펀드
수익률특정수준의 수익률운용성과에 따른 실적배당실적배당
보수목표수익률 초과분에 대해 성과보수일정한 판매수수료와 중도 환매 때 환매수수료판매수수료와 환매수수료
규제한국=불허. 미국=일반투자자 자금모집 금지외 특별한 규제없음투자대상이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제한유가증권으로 제한
투자전략목표수익률 달성 위해 미공개회사,상품,외환 등에 투자. 단기투자가 기본중장기투자. 헤지 목적 이외의 파생상품 투자 제한중장기 투자

▼소수개인 뭉치돈 모집… 고위험상품 집중투자▼

◇헤지펀드=개인모집 투자신탁. 100명 미만의 투자자로부터 개별적으로 뭉칫돈을 모아 파트너십을 결성한다. 매우 높은 수준의 목표수익률을 제시한다. 모은 돈보다 보통 10배 이상 많은 자금을 빌려 함께 고위험 상품에 투자한다. 위험이 높은 만큼 잘 되면 대박을 터뜨리기도 한다. 주투자대상은 비상장주식, 개발도상국 채권, 파생상품, 적정환율에서 많이 괴리된 환율 등. 이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을 교란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가 대표적인 예.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우나 현재 전 세계에 4000여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헤지펀드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일본 영국 등을 중심으로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논의가 일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실효성 있는 규제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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