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김철규/창간특집 '10년뒤 뭘로…' 눈길

  • 입력 2002년 4월 5일 18시 16분


4월 1일은 동아일보가 창간된 지 여든 두 돌 되는 날이었다. 격동의 세월을 이기고 오늘에 이르렀기에 미래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 동아일보는 어떻게 새로운 시대의 도전을 넘어설 것인가.

케이블 방송, 인터넷, 위성 TV 등 미디어 환경의 혁명적 변화는 신문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운 뉴스를 빠른 시간 내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욕구도 변하고 있다.

이제 독자들은 단순한 사실 보도가 아니라 심층적 분석과 깊이 있는 해설을 원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특집이나 기획 기사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1일자 A8면과 9면에는 창간특집으로 인촌 김성수 선생에 대한 기사와 “다시 인촌과 동아일보를 생각한다”라는 기고문이 게재되었다.

이 두 글은 창간을 맞아 자축의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촌과 동아일보에 대한 ‘자화자찬’은 동아일보를 아껴온 내가 보기에도 지나친 감이 드는 것이었다. 인촌의 친일 논란에 관한 문제는 앞으로 역사학자들의 체계적인 연구에 의해 엄밀하게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가 직접 나서는 것은 본의 아니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민족’의 신문 동아일보는 민족 전체의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자. 그동안 애정을 갖고 읽어준 무명의 독자들과 난세에도 ‘곧은’ 글로 지조를 지킨 기자들이야말로 진정한 주인이다. 뜻깊은 날을 맞아, 이제는 역사의 그늘로 사라진 선배 기자들의 기개를 되새기는 특집기사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창간 기념일을 맞아 시리즈로 기획한 ‘한국 10년 뒤 뭘로 먹고사나’가 눈에 띈다. 급변하는 세계의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이러한 기획은 시의적절하다.

한국 경제를 여러 각도에서 조망한 1일자, 양보다 질로 승부할 것을 지적한 2일자, 정보, 생명, 나노, 문화, 환경 기술 등 5T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3일자, 그리고 창의적 인간형의 필요성을 지적한 4일자 기사 등은 모두 미래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들이다. 각 주제에 적합한 외국의 사례와 자료들을 박스로 제공해 비교함으로써 사회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였다.

역시 창간특집으로 기획되어 연재 중인 ‘페어플레이의 적들’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들을 잘 짚어주고 있다.

학벌주의와 지역주의, 연고주의의 폐해, 촌지 문제, 그리고 지역이기주의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이 시도되었다. 특히 4일자 집단이기주의에 관한 기사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 분석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것이었다. ‘여론몰이식’ 집단이기주의 논의를 경계하며, 개인 권리의 중요성을 지적하였다.

‘공익’ 우선이라는 논리로 개인의 정당한 권리를 집단이기주의로 몰아붙일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 균형감각을 높이 평가한다.

김철규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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