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03년 위기' 대비책 있나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08분


며칠 전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는 ‘2003년 한반도에 안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발언해 주목을 받았다. 그런 터에 엊그제 미국에서도 ‘안보 위기’와 관련되는 소식이 또 하나 전해졌다. 미 행정부가 ‘북한이 핵 활동을 동결하고 있음’을 미 의회에 ‘인증(certify)’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미 의회는 해마다 북한이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를 준수하고 있음을 확인한 뒤 매년 50만t의 중유비용 지출을 행정부에 허용해 왔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미국이 북한에 가하는 또 하나의 ‘압박’인 셈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평행선을 달려온 북-미 관계가 이러다 정말 파국을 맞이해 위기가 오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구체적으로 북한의 ‘과거 핵 활동’을 규명하기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 합의에 따르면 북한이 핵무기용 플루토늄을 얼마나 생산했는지를 밝혀낼 핵사찰은 경수로 핵심부품이 북한에 인도되기 전에 이뤄지게 돼 있다. 현재 일정대로라면 핵심부품 인도시기는 2005년경이 되므로 통상 3년 이상 걸리는 핵사찰 준비는 이미 시작됐어야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하지만 북한은 경수로 공사 지연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면서 사찰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를 연기한 시한 또한 2003년이다. 이런 것들이 바로 다가오고 있는 ‘시한폭탄’인 것이다.

1994년 6월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던 위기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1994년 당시 우리 정부는 핵 위기가 폭발 직전에 이르도록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번엔 달라져야 한다. 지금 한반도에 몰려들고 있는 먹구름을 사전에 예측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이야말로 정부의 가장 큰 과제다. 내년은 한국 외교의 중요한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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