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이렇게 뛰세요" 이봉주의 구간별 어드바이스

  • 입력 2002년 3월 15일 18시 10분


●0∼10㎞〓5㎞지점인 한국통신 용산전화국 앞까지는 표고차가 20m에 가까운 내리막길. 세종문화회관 앞 출발지점이 해발 30.6m이고 5㎞지점이 해발 11.2m다.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페이스가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오버페이스는 절대금물. 5㎞지점부터 곧바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해발 35.7m인 8㎞지점(바이 더 웨이 남대문지점)까지 무려 3㎞가량이 오르막이다. 항상 30㎞ 이후를 생각하라. 초반 내리막길을 너무 빠르게 내려온 사람은 이 오르막에서 숨이 가빠오고 다리가 뻐근해질지 모른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힘의 70%만 쓰는 게 좋다. 호흡은 입과 코로 동시에 들이마시고 내쉰다. 코로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어야 한다는 말은 근거 없는 말이다. 산소를 최대한 섭취해야 에너지 소비가 적다. 음료수대를 지날 때마다 약간 목을 축일 정도로 수분을 보충해 줘라. 7.5㎞지점에 있는 물스펀지로 땀이 나기 시작한 목과 얼굴을 닦아 기분을 새롭게 해주는 것도 좋다. 남이 빨리 달린다고 거기에 얼떨결에 맞추다보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달리는 데만 신경쓰지 말고 국보1호인 숭례문, 1905년에 문을 연 서울역, 우륵배기로 불린 갈월동 등 역사적 의미를 떠올리며 달리면 힘이 덜 든다. 길가 시민들의 박수엔 손을 흔들며 답례해주는 것도 잊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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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10㎞지점인 종각 부근에서 16㎞지점인 답십리 지하차도 끝까지가 완만한 내리막길. 이후 20㎞지점인 어린이대공원 부근까지가 표고차 20여m의 오르막길이다. 이때쯤이면 근육이 풀어지고 몸이 부드러워진다. 빨리 달리고 싶다. 그러나 참아라. 아직 힘을 비축할 때다. 보물1호인 흥인지문(동대문)을 바라보며 종로통을 달리는 자신을 돌아보라. 6월 민주화 함성이 울려퍼졌던 그 거리. 이젠 생명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달린다. 어린이대공원이 있는 능동은 조선조 마지막 왕 순종황제의 비 순명황후의 능이 있던 곳이다.

●20∼30㎞〓평탄한 코스. 탁 트인 한강을 잇는 잠실대교를 건널 때면 시원한 바람이 분다. 길도 넓고 시원하게 뻗어 있다. 잠실대교는 한강에서 가장 ‘넓은 나루’라는 뜻의 광나루 부근을 지나는 다리. 천호동은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장차 가히 천호가 들어설 만한 땅’이라고 예언한 곳이기도 하다. 힘은 계속 70%만 쓰며 달려라. 점점 몸이 힘들어진다. 마음 한구석에선 “에라, 그만두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조금만 참아라. 가족들 얼굴을 떠올리면 다시 힘이 생길 것이다.

●30∼42.195㎞〓평탄한 길.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다. 약간의 오르막인 34㎞지점(심기초등학교 맞은편 송이공원 네거리)에선 상체를 15도 정도 숙이고 달리는 게 좋다. 롱 스트라이드 주법은 금물. 잰걸음인 쇼트 트로트 주법이 좋다. 39㎞지점인 학여울역 부근은 그 옛날 백로 왜가리 해오라기 같은 철새가 모여들어 무리를 이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이젠 몸에 남은 모든 힘을 다해 달려라. 그러다 보면 결승선이 있는 잠실운동장이 보일 것이다. 잠실은 조선 때 누에고치를 장려하기 위해 뽕나무를 심고 국립양잠소격인 잠실도회를 설치했던 곳. 마침내 결승선. “그래, 마침내 내가 해냈구나. 난 앞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그러나 곧바로 눕거나 주저앉지 말라.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의 근육을 풀어주는 일이 남아 있다.

정리〓김화성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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