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꼴찌에서 정상 동양의 뒷얘기

  • 입력 2002년 3월 4일 17시 33분


시청률이 높은 TV 드라마는 대개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다루기 마련이다. 뻔한 스토리가 시청자를 끌어 모을 수 없는 법.

‘꼴찌 신화’를 이루며 정규리그 정상을 확정지은 동양 오리온스도 이런 면에서 비슷하다. 지옥에서 천당을 오가는 동안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전화위복〓지난해 용병 트라이아웃을 앞두고 동양은 모비스에서 지명한 터너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특정 구단과 밀약을 맺었다는 의혹을 샀던 터너가 돌연 무릎 부상으로 제대로 뛸 수 없다고 말하면서 대신 힉스를 지명했다. 당시 동양은 용병을 잘못 선발했다는 우려를 들었으나 힉스의 활약은 눈부셨고 터너를 뽑은 모비스는 4일 현재 최하위. 게다가 동양은 드래프트에서 막차로 ‘흙 속의 진주’ 페리맨을 캐냈다. 해마다 용병 농사를 망쳤던 동양이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넉달 가까운 작업으로 철저하게 옥석을 가렸기 때문. 게다가 동양은 용병들의 먹거리 해결을 위해 서울 강남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용인 숙소까지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배달해 제공했다.

▽날아간 10억〓사상 첫 프로 우승을 맛본 동양은 요즘 표정관리하기 바쁘지만 보험 얘기만 나오면 속이 쓰리다. 시즌 초반 8000만원을 내면 10억원의 우승 보험을 탈 수 있다는 제의를 받았으나 ‘언감생심’ 거절했던 것.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쳤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냥 보험료만 날릴까 싶었다.

▽X파일〓동양 김진 감독은 올시즌 바이오리듬을 적절히 활용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꼼꼼하게 따져 훈련 강도와 출전 시간 등을 조절한 것. 신체리듬이 나쁜 선수들에게는 휴식과 음악감상 등을 권유했고 반대로 최고조에 올라있는 식스맨을 ‘깜짝 기용’해 재미를 본 적도 있었다.

▽사찰 순례〓불교신자인 동양 정태호 단장은 드래프트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사찰에서 불공을 드렸다. 동양의 연고지인 대구의 팔공산 갓바위는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까닭에 자주 찾아 두 손을 모았으며 원정경기를 가도 꼭 근처 절에 들러 소원을 빌었다.

▽돈잔치〓동양은 어느 정도 돈 보따리를 풀까.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 삼성은 김동광 감독과 A급 선수에게 똑같이 500만원, B급 350만원, C급 25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은 김 진 감독에게 1000만원, 선수들에게도 삼성 보다 150% 인상된 포상금을 나눠줄 계획.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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