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역사 공동연구委, 교과서 왜곡 '미봉' 우려

  • 입력 2002년 3월 4일 06시 47분


한일 양국이 역사공동연구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결정한 것은 일단 지난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이후 줄곧 불편했던 양국 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역사공동위원회 설치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가 지난해 10월20일 상하이(上海) 정상회담에서 조속한 해결에 합의했던 7대 현안 중 유일하게 매듭을 짓지 못한 난제(難題)였다.

그동안 우리 측은 교과서 문제 해결이라는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목표의식을 갖고 접근한 반면 일본 측은 이를 중장기적 과제로 인식, 서로 접점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월드컵 공동개최 및 경제협력 등 양국 공동의 현안들이 코앞에 닥쳤는데, 언제 또 다시 감정대립의 도화선으로 불거질지 모르는 교과서 문제를 그냥 방치해 둘 수만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기구는 출범시키게 됐지만, 기구의 명칭과 연구결과의 반영문제 등 핵심쟁점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선 기구의 명칭에서 우리 측이 주장해온 ‘교과서’라는 용어가 일본 문부과학성 측의 강력한 반대로 포함되지 못했다. 또 우리 정부는 연구결과를 일본 교과서 개정에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일본 정부는 교과서 검정제도가 우리와 다르다는 점을 들어 끝까지 반대했다.

양국 전문가들이 이견을 보이는 역사적 사실의 경우 상대 측의 주장을 병기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연구결과를 반영한다는 것이 반드시 우리에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예컨대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경우 일본 측 시각에서는 ‘테러리스트’ 등으로 비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그럴 경우 두 나라의 역사적 인식차를 병기하는 방안이 오히려 나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게 외교통상부 관계자의 얘기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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