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주가상승 부양책 덕 아니다"

  • 입력 2002년 2월 18일 18시 06분


종합주가지수 800 시대를 눈앞에 둔 최근, 한국 증시에서는 지난해 9, 10월 있었던 정부의 강력한 증시부양정책을 되돌아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85년 이후 40여차례 있었다는 증시부양책은 역사적으로 볼 때 거꾸로 증시에 독(毒)으로 작용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테러 이후 지수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과연 2001년 증시부양정책은 ‘성공작’으로 증시 역사에 기록될 수 있을까.

▽역사는 반복된다〓80년대 이후 한국 증시에서 가장 뚜렷이 기억되는 증시부양 사례는 ‘증시의 12·12사태’로 불리는 89년 12월12일 증시부양 조치와 96년 3, 4월 있었던 증시부양 조치. 그러나 이들 조치는 한국 증시 역사상 가장 가파른 두 차례의 대세 하락을 불러오며 실패했다.

그런데 지난해 9, 10월의 증시부양정책은 내용 면에서 과거의 반복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사 사장단의 주식 순매수 결의(96년 3월13일 증권사 사장단의 순매수 결의) △기관투자가의 매도 자제 선언(89년 12월 투신사의 무제한 매수 결의) △손실보전형 장기증권저축 상품 개발(96년 자금 지원을 통한 증권사 주식 매수 지원) 등은 ‘그 때 그 모습’을 다시 보는 듯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부양 조치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쳤고 올해에는 주가가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어떻게 평가할까〓증권가에서는 이번 증시의 상승이 지난해 증시부양 때문이라는 데 강한 이의를 제기한다.

장영수 동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지난해 9월 이후 증시는 순수한 경기 회복 기대감 때문에 상승했다고 봐야 하며 정부의 인위적인 부양 조치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지난해 무리하게 진행될 뻔했던 정부의 부양정책을 증권계가 주도적으로 차단한 것이 주가 상승의 동인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10조원의 증시안정기금 마련 계획과 손실보전형 장기증권저축 상품 등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컸던 정책은 여론의 따가운 질타 끝에 사라졌다.

투신과 증권사의 순매수 결의도 실제 현장 펀드매니저의 반발로 유야무야됐다. 80년대와 달리 정부의 지침을 시장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반발한 것.

박효진 신한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증시는 자본주의의 꽃이며 그 자본주의는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한다”며 “관치(官治)로 시장과 주가를 왜곡하려는 발상보다는 제도 보완 및 시장 선진화의 완성을 통한 시장 기능 활성화가 증시에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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