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WMD, 우리도 할 말 해야 한다

  • 입력 2002년 2월 14일 18시 11분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가 20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모양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지금까지 사실상 ‘방기(放棄)’하다시피 해 온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하는 한편 이를 통해 편향됐던 햇볕정책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햇볕정책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종국에는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이런 대전제에서 정부는 북측의 변화를 이끌기 위한 ‘당근’에 몰두하면서 상대적으로 WMD에 대한 문제 제기 등 ‘채찍’ 부분은 외면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대북(對北) 접근전략은 실패했음이 이제 분명해지고 있다. 북측은 남측이 제공하는 당근에만 관심이 있을 뿐 변화의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부의 대북 일편단심은 미국과의 공조체제에도 문제를 야기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에서부터 시작된 최근의 한미간 난기류는 정부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크게 달라진 주변 정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 입장만 줄기차게 고집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6·25전쟁 이후 50년간 한반도에 평화를 유지해온 핵심 장치는 햇볕정책이 아니라 굳건한 한미동맹체제에 기반을 둔 대북 억지력이었으며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한미동맹관계의 재확인’이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나서 북한에 WMD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WMD가 결국은 그들과 맞닿아 있는 우리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이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왕에 한미정상회담에서 WMD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으면 정부는 보다 확실하고 단호하게 우리의 의사를 북에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가 우려하듯 그런 자세가 남북관계에 일시적으로 장애가 될 수도 있겠으나 이를 통해 햇볕정책의 오류를 시정하고 장기적으로는 한미 공조체제의 복원으로 더 강력한 대북 지렛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궁극적으로는 WMD 문제 해결의 열쇠 역시 북측에 있다. 북측이 ‘클린턴 시절의 미국’과 ‘9·11 테러 이후의 미국’이 완연히 다른 상대임을 깨달았다면, 과거에 가치 있는 대미 협상카드였던 핵 및 미사일이 이제는 오히려 자신에게도 위험천만한 것이 되어가고 있음을 또한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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