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차트, 믿어 ? 말아 ?… 자료모자라 예측 한계

  • 입력 2002년 2월 6일 17시 26분


차트 분석은 한국 증시에서 개인투자자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복잡한 그래프와 거기에 따라 붙는 각종 지지선 저항선 이동평균선, 여기에 다우이론과 엘리어트 파동이론 등 각종 이론이 나오기 시작하면 ‘고수의 경지는 멀고도 험하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유명한 사이버 고수들이 차트를 강의하는 날이면 수십만원대의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며칠 동안 이를 경청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왜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이처럼 차트에 집착할까.

그리고 이런 투자 기법이 실제로 높은 승률을 안겨다 줄까.

▽차트 분석에 매달리는 이유〓차트 분석은 투자자들의 ‘과거 행동을 분석함으로써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주가와 거래량에는 추세라는 것이 담겨 있으며 이 추세는 과거를 제대로 분석함으로써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 여기에는 시장 상황이나 그 회사의 실적 등이 전혀 개입되지 않는다.

한국 증시에서 차트가 선호되는 이유는 유통되는 기업 및 시장 정보에 대해 투자자의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

개인투자자는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에 나서는 방식으로는 절대 기관과 외국인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부자 정보가 은밀하게 새나가고 기관끼리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유통이 이뤄지는데 비해 개인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정보를 따라가면 백전백패인 반면 차트 분석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가 살 길은 차트 분석뿐이라는 논리다.

▽차트 분석은 잘 맞을까〓주가 예측의 지표로서 차트의 유용성에 대한 논쟁은 끝이 없다. △차트 분석은 차트가 완성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투자에 활용하면 이미 늦다 △모든 사람이 기술적 분석을 사용하면 결국 그 기법의 효용성은 사라진다 등의 반론이 이미 제시돼 있다.

그런데 한국 증시에서는 이런 원론적 문제점 외에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종목이 코스닥에 몰려 있는 탓에 차트 분석은 주로 코스닥 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문제는 한국 증시의 코스닥 종목은 과거의 경험으로 내일의 주가를 예측하기에는 그 경험이 너무 일천하고, 특히 왜곡돼 있다는 점.

1999년 급등과 2000년 폭락 등 세계 증시 역사에 기록될 만한 거품을 겪은 코스닥시장의 경험이 미래를 예측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

한마디로 ‘그림이 안나오는’ 종목이 부지기수다.

현대증권 오성진 차장은 “차트는 과거를 설명하면 100%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미래를 예측해보면 그 적중률이 높지 않다”며 “기업의 실적과 시장 상황을 먼저 살피고 차트는 보조 지표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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