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조성기/주류전문소매점 효과 "글쎄요"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08분


동아일보 1월 17일자 D7면에 게재된 ‘주류소매점 빨리 도입하자’ 제하의 글에서 중앙대 정헌배 교수는 주류전문소매점 제도가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를 개선하고 청소년들의 주류 오 남용 문제를 막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득보다 실이 큰 발상으로 국민에게 혼란을 줄까 염려스럽다.

우선 정 교수의 글은 논리적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청소년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후반부 들어 주류 유통체계 정비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는 정 교수가 주류전문점 제도 도입을 관철시키기 위해 청소년 보호라는 명문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주류 유통체계를 정비한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음주의 폐해로부터 청소년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최근 조사된 자료를 보면 청소년들의 경우 72.9%가 일반음식점, 유흥업소, 포장마차,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시며 나머지 27.1%가 슈퍼나 구멍가게 등 소매점에서 술을 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주류전문소매점이 생기더라도 유흥업소나 일반음식점에 가서 술을 마시겠다고 응답해 이 제도 도입이 음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는 별 효과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기왕에 거론된 주류 유통의 혁신문제도 한번 생각해보자. 우선 주류전문소매점의 도입으로 주류유통 개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 각계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주류 제조 및 유통업체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관련 단체 대부분이 이 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주류 제조, 유통, 소비 행태를 볼 때 주류전문소매점 제도는 경쟁 촉진과 품질 개선, 청소년 보호 등의 측면에서 성과가 거의 예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효과도 분명치 않은 제도의 도입을 강행하거나 촉구해야 할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정 교수가 조사한 자료를 보더라도 주류전문소매점 제도의 도입에 대해 당사자인 전국 소매상들은 ‘제도는 바람직하나 사업에의 영향을 고려해 반대한다’(34.7%)는 의견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반대’(33.2%), ‘찬성’(24.4%)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사자들의 67.9%가 이 제도의 도입에 실질적으로 반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이 제도는 이미 유명무실한 제도가 돼 있고, 미국에서조차 주류의 18%만이 주류전문소매점에서 유통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 단지 제도의 도입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안일한 발상은 곤란하다.

청소년을 당장 음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은 1차적으로 실종된 청소년보호법을 되찾는 일이다. 그리고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에서 음주예방 교육을 내실 있게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주류 유통업과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의식개혁 노력이 필수적이며, 전체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도 요망된다. 관계당국은 효력이 분명치 않은 새로운 제도를 졸속으로 도입하는 것보다 이미 강구된 대책을 제대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조성기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예방치료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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