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한국 축구 고질병 여전

  • 입력 2002년 1월 20일 17시 49분


이을용(13번)이 사이드라인을 따라 드리블하자 미국의 라고스(19번)가 몸을 던져 차단하고 있다.
이을용(13번)이 사이드라인을 따라 드리블하자 미국의 라고스(19번)가 몸을 던져 차단하고 있다.
‘골 결정력의 부족과 수비 집중력의 난조.’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파사데나 로즈볼구장에서 열린 2002북중미 골드컵축구대회 한국과 미국의 B조 예선 첫 경기. 지난해 12월 서귀포에서 1-0 한 골 차로 이긴 바 있는 한국축구대표팀은 이날은 송종국의 중거리 동점골에도 불구하고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내줘 미국에 1-2로 한 골 차 패배를 당했다.이로써 한국은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기 위해 24일 쿠바와의 조예선 마지막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한국이 조 2위로 8강에 오르면 A조 1위와 준결승 진출을 다투는데, 이날 엘살바도르를 1-0으로 꺾은 멕시코가 유력하다.

미국전에서 나타난 한국의 공격과 수비의 문제점을 집중 분석해본다.

▽공격=이을용-김남일-송종국-박지성 등 미드필더 라인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상대 페널티 지역 근처까지는 매끄럽게 연결됐다. 문제는 골결정력. 우선 <그림1>에서처럼 최종 공격수가 양 사이드에서 센터링된 볼을 날카롭게 처리하지 못하고 골키퍼 정면으로 안겨주거나 골포스트를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공격수 역량에도 문제가 있었지만 공격수에게 연결되는 마지막 패스의 타이밍에 문제가 많았다는 평가. 센터링이건 스루패스건 상대 수비 라인이 완전히 자리를 갖춘 후에야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공격수가 슈팅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한국이 페널티킥을 얻어낸 전반 6분을 제외하고 한번도 상대 최종 수비라인을 돌파하지 못해 중거리 슈팅에 주로 의존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림2>의 경우는 찬스를 허둥대다 놓친 경우. 급하게 마무리를 하려다 마음만 앞서 좀 더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김광명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은 “이천수를 이용한 역습 공격에 무게를 뒀지만 패스의 속도가 늦었고, 공격수 최용수도 몸놀림과 볼키핑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수비=미국의 랜돈 도노번은 경기 후 “한국 수비라인이 순간적으로 방심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 수비 라인은 전체적으로 안정된 조직력을 선보였으나 잠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평소 “단 한번의 실수가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되는 게 세계 수준”이라고 강조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이 그대로 현실화된 것.

<그림3>에서 보듯 한국이 선취골을 내준 전반 34분 상황은 오프사이드 판단 실수이긴 하지만 공격에 치중하던 한국 선수들이 상대의 역습에 순간적으로 넋을 놓으면서 자초한 상황. 미국 수비라인에서 보카네고라에게까지 볼이 연결되는 사이 차두리 이천수 최용수가 서로 마크를 미뤘고, 볼의 방향만 쫓던 유상철과 김태영은 한국 진영으로 슬며시 넘어가던 도노번에 대한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지 않다 그를 놓치고 말았다. 히딩크 감독은 이 상황을 두고 “전술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결승골을 내준 <그림4>도 마찬가지. 수적 열세에 몰리긴 했지만 한국 수비수들이 볼의 움직임만 주시하다 왼쪽에서 달려든 비슬리를 놓친 게 뼈아팠다. 커닝햄을 마크하던 이영표가 달려들었으나 이미 늦었고, 뒤늦게 뛰쳐나온 이운재도 상대의 슈팅 범위를 줄이기에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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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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