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다세대주택 불법건축 기승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11분


지난해부터 전세난 등으로 인해 수도권에 다세대주택이 크게 늘면서 새로 지어지는 다세대주택 중 다수가 설계도면과는 달리 발코니를 짓지 않고 거실과 방의 면적을 넓히는 불법 건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계감리사와 관련 공무원들이 이 같은 불법 행위를 묵인하고 준공검사를 내주는 등 업자들과의 연루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최근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취재진이 16일 확인한 결과 지난해 11월5일 준공검사를 받고 분양에 들어간 경기 부천시 원미구 P빌라 14가구의 경우 건축허가를 받을 때 전용면적은 11.1∼11.9평이었으나 공사 후에는 22평짜리로 바뀌었다.

전용면적에 산정되지 않는 발코니를 10여평 잡아뒀다가 발코니를 짓는 대신 거실과 방을 넓힌 것이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감리사가 현장 조사를 통해 제출한 도면에도 발코니는 그대로 남아 있었고, 구청 공무원의 준공검사 서류에도 모든 사항이 ‘적합’으로 돼 있었다.

인근 D맨션도 마찬가지. 건축허가를 받을 때는 전용면적 17.1∼17.6평 규모의 설계도면을 제출했지만 막상 공사 과정에서는 발코니를 모두 없애면서 평수를 넓혔다.

D맨션 분양 홍보물에도 ‘32평형’으로 적혀 있었다.

서울 강서구 화곡6동의 경우 현재 분양 중이거나 마무리 공사를 벌이고 있는 다세대주택이 55곳에 이른다. 이곳 B빌라의 경우도 18평형(전용면적 12평 미만)의 설계도면과 분양 전단에는 발코니가 있었으나 실제로는 발코니를 터 방 창문을 열면 곧바로 외부와 통하게 돼 있다.

한 빌라 공사관계자는 “발코니를 터 거실과 방을 확장하면 전용면적이 넓어져 집값도 더 받을 수 있고 분양도 잘 되기 때문에 요즘엔 ‘대세’로 굳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 행위의 피해를 입주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

분양업자들이 “실제 평수는 훨씬 넓지만 규모를 줄여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취득세와 등록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며 입주 예정자들을 속이고 있다.

현행 지방세법은 취득세와 등록세에 대해 전용면적 12평 이하 주택의 경우 100%, 18평 이하는 50% 감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나중에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입주자들은 추징금과 함께 고스란히 세금을 물어야 한다. 이에 대해 원미구청 관계자는 “준공검사를 내줄 때 담당 직원이 현장에 나갈 수 없어 다세대주택을 불법으로 증축했는지 알 수 없다”며 “빠른 시일내에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에서 아파트는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줄었지만 다세대주택은 5만1483가구에서 17만2900가구로 236%나 늘었다.

차준호기자·run-juno@donga.com

박승철기자 parkim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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