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하기 좋은 나라②]"툭하면 부담금" 유화업계 비명

  • 입력 2002년 1월 15일 17시 50분


지난해 4월 전남 여수산업단지 80여개 입주기업들은 여수시로부터 난데없는 부담금 지급통보를 받았다.

국무조정실 환경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여수시 등으로 구성된 관계부처 합동회의가 여수산업단지 인근 69만평의 주민 1791가구가 이주하는 비용 3360억원 가운데 360억원을 단지 입주 업체들이 부담하라고 결정한 것. 자율부담형태라고 알려왔지만 비용분담 회의에 어느 업체도 참가한 적이 없어 사실상 강제부담이나 마찬가지였다.

발단은 주민들이 산업단지주변 공기가 나빠져 이주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집단 민원을 제기한 데서 시작했고 결국 ‘정부의 압력’으로 이어졌다. 입주업체들은 “기업이 기준을 넘어선 공해를 내보내면 이를 적발해서 벌금을 물리든지 처벌하면 되지, 왜 적법하게 입주해 적법하게 공장을 가동하는 업체에 주민 이주비까지 물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유화업체에 물리고 있는 폐기물부담금도 대표적인 행정편의주의적인 준조세 조항으로 꼽힌다. 포장지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합성수지를 만드는 유화업체들에 폐기물부담금까지 물리는 것은 자동차 폐기비용을 포항제철에 부과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많은 기업들에 폐기물을 물리기보다 몇 안 되는 원료업체에 부과하는 것이 한결 수월하기 때문에 논리에 맞지 않지만 이런 제도가 몇 년째 이어져왔다고 업계에서는 설명한다.

직접적인 규제가 아니더라도 때로는 잘못된 인식이 실제 기업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의 기를 확 꺾어놓기도 한다. 더욱이 이런 인식이 단순히 인식으로 그치지 않고 각종 민원제기와 그에 따른 정부의 외압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화학산업이라면 배출가스가 어느 정도이든 일단 공해산업으로 낙인 찍고 집단민원을 제기하면 정부나 지자체가 여기에 편승해 기업을 압박하는 행태는 수십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고질병인 셈이다.

고홍식 삼성종합화학 사장은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을 공해로만 생각하는데 종이 포장재만 사용한다면 지구에서 얼마나 많은 삼림이 황폐화될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기업도 환경에 신경을 써야겠지만 일반인과 정부의 인식도 바뀌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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