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문홍/北 미사일

  • 입력 2002년 1월 11일 18시 17분


북한 미사일 문제를 다룬 미 정보당국의 보고서가 또 나왔다. 이번엔 ‘북한이 사거리 1만㎞ 이상인 대포동 2호 미사일의 시험발사 준비를 끝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다(영어 원문은 ‘may be ready to flight-testing’). ‘만약 대포동 2호에 3단계 추진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사거리가 1만5000㎞에 달해 북미 전역을 사정권에 넣을 것’이라는 분석도 덧붙였다. 지난 몇 년 사이에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보고서가 나왔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젠 북한이 막강한 대륙간탄도탄(ICBM) 보유국이 된다는 소식에 놀랍다는 느낌도 별로 안 든다.

▷북측 입장에서 미사일은 자신이 쥐고 있는 가장 중요한 대외 협상카드 중 하나다. 이 점은 북측이 그동안 몇 차례 실행한 미사일 시험발사의 시점을 ‘절묘하게’ 잡았다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1998년 8월31일 장장 1380㎞를 날아 일본 동북방 태평양 공해상에 떨어진 대포동 1호 시험발사는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 놓았지만, 이후 북-미 미사일대화 재개의 단초가 됐다. 더 멀리 보면 1993년 북한은 핵문제 논의를 위해 합의한 북-미 고위급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노동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했었다. 이렇게 보면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는 시그널로 작용해온 셈이다.

▷반면 미국에 북한 미사일은 ‘불량국가(rogue state)가 손에 쥐고 있는 위험천만한 장난감’이라는 점에서 줄곧 골칫거리다. 그런데 1998년 그 위험한 장난감이 미국 본토에까지 날아올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미국은 한결 강경해졌다. 이제 북한 미사일은 미국내 강경파들이 국방예산 증액을 위해 즐겨 예로 드는 ‘호재(好材)’가 됐고, 러시아 중국 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사일방어(MD)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좋은 핑계거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만약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대화용’으로 대포동 2호 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강행한다면 미국은 과연 거기에 응해줄 것인가. 여러 전문가들은 ‘아마도 이번엔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조건없이 북-미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겠다’고 천명했지만, 미국이 지난 1년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보여준 행동으로 볼 때 북한에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과연 미사일을 쏠까.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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