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마저 망쳐선 안된다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28분


새해 벽두부터 경제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올해 경제 여건이 그 어느 해보다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이 올해의 첫째 소망으로 경제살리기를 꼽으며 제발 경제만은 망치지 말아줄 것을 정부에 간절히 바라고 있다.

국내외 경제 여건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세계경제가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했고 엔저(低)와 아르헨티나 사태는 언제 다시 악화되어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그토록 어려울 줄을 누구도 점치지 못했듯이 올해도 낙관을 불허한다.

국내에서도 대통령선거를 비롯한 두 차례의 선거와 월드컵, 아시아경기대회의 개최 등 굵직한 행사가 기다린다. 모두 돈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행사이고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풀리면 국민의 생활에 주름살이 질 게 뻔하다.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이 혹시나 사실이 될까 두렵다.

그러나 올해 경제에 대한 걱정이 단지 국제경제의 불안 요인이나 선거 월드컵과 같은 행사 때문만은 아니다. 비록 돈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이런 행사를 제대로 치르기만 하면 경제가 나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오히려 ‘현정부가 이런 행사에 휘둘려 경제를 제대로 챙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더 크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선거에서 이기려는 정치권이 선심성 예산을 내놓도록 정부에 가하는 압력이다. 정부는 선심성 압력을 과감히 물리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엄정한 선거관리를 다짐하고 있으나 아무래도 미덥지가 않다. 2년 전 ‘4·13총선’을 의식해 부실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의 정리 등 구조조정을 게을리 했다가 다시 위기에 빠질 뻔한 경험을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 올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집중 투입하겠다는 경제운용계획도 실은 올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경기부양이 아닌가.

더욱이 선거 후의 경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치논리에 밀려 경제정책이 혼선에 빠지고 경제가 불안하게 되면 다음 정권이 그 책임을 떠맡을 것인가. 외환위기 때처럼 지난 정권의 경제책임자를 불러 또 청문회를 열어야 옳겠는가. 그렇게 되면 성장 4%, 물가 3%, 실업률 3.5%라는 경제운용 목표를 맞춘다고 한들 한낱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부의 경제책임자들은 별 걱정이 없다는 듯 장밋빛 전망과 계획을 되뇌고 있다. 지금의 경제상황은 최악의 실업과 인플레를 걱정할 정도로 심각하다. 선거를 의식해 정책을 왜곡시키다 보면 경제는 더 멍들게 된다. 정부는 경제마저 망치지 않도록 분명한 원칙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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