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아르헨發 위기 금융시장 급랭 우려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8시 04분



아르헨티나가 외국에서 빌린 돈의 원리금 상환을 미루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95년 멕시코의 외환위기 때와 99년 브라질이 레알화를 평가 절하했을 때 인근 중남미 국가의 경제가 타격을 입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위기가 전염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이미 사실상 부도 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1월6일 아르헨티나의 국가신용등급을 CC에서 SD(선택적 디폴트)로 낮춘 데 이어 무디스도 12월20일 Ca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디폴트보다 한 단계 높은 것.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가 해외에서 발행한 국채의 가산금리(스프레드)가 이날 전날보다 6.36%포인트 오른 47.32%를 나타냈다. 8월 말보다는 무려 28.54%포인트나 높은 수준.

아르헨티나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면 중남미 국가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이머징마켓)의 신용이 떨어지면서 금융시장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국제 투자가들이 신흥시장에 대해 투자를 피하고 이미 투자한 금액을 일부 회수하면서 신흥시장 국가가 해외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고 이자도 더 줘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이는 국제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어 ‘9·11테러’로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20일 세계 주가는 동반 하락해 아르헨티나 영향권에 들어가 있음을 보여줬다.

스페인계 투자은행인 카자 마드리드는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는 금융시스템과 외채구조가 취약한 콜롬비아 브라질 페루 파라과이 에콰도르 도미니카 등으로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으며 멕시코 필리핀 폴란드 등에 전염될 확률도 50%라고 예상했다.

또 아르헨티나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돈을 많이 빌려준 스페인이나 미국 은행들도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아르헨티나가 외국 은행으로부터 대출 받은 돈은 2001년 6월 말 현재 643억달러. 이는 개발도상국 전체 대외 차입액의 7.8%, 중남미 국가 대외 차입액의 22.6%나 되는 규모다.

나라별로는 스페인이 177억달러로 가장 많고 미국은 102억달러로 2위다. 유럽 지역 은행은 464억달러로 전체의 72.2%나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권기수(權奇洙) 전문연구원은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신흥시장발행 채권 가운데 아르헨티나물의 비중은 25%로 98년 러시아 위기 때 러시아물 비중이 15%였던 점을 감안하면 국제채권시장은 일시적으로 마비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홍찬선기자>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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