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 차관 사표내고 조사 받으라

  • 입력 2001년 12월 14일 01시 07분


대통령을 보좌하며 공직자 사정 업무를 관장하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범죄 혐의에 연루된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면 그야말로 국기를 흔드는 범죄이다. 한 점 의혹도 없이 진상을 밝히지 않으면 신광옥 법무부 차관의 수뢰 의혹은 정권의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신 차관이 진씨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는지는 현 시점에서 확실하지 않다. 그는 “대통령을 모신 사람으로서 만약 단돈 몇 푼이라도 받았다면 할복자살이라도 하겠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처음 보도한 신문을 상대로는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검 중앙수사부장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역임했고 현직 법무부 차관이 할복자살을 운위하며 결백을 주장하니 그대로 믿고 싶은 심정이다.

검찰이 최택곤씨를 통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는 진씨의 진술을 받았다고 하지만 배달사고의 가능성을 완벽하게 배제할 만한 다른 증거를 확보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최씨가 신 차관에게 돈을 준 사실을 일관되게 부인한다면 검찰 수사가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신 차관이 받고 있는 혐의는 뜬구름 잡기의 의혹이나 증권가에 떠도는 루머가 아니다. ‘최씨를 통해 1억원이 건너갔다’는 놀라운 진술의 진위를 명명백백히 가리기 위해서는 수사담당 검사들이 받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검찰의 대선배인 법무부 차관이 그 신분을 유지한 채 후배 검사로부터 조사를 받는다면 설사 돈을 받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국민의 믿음을 얻기 어렵다. 법무부 전체 공무원의 사기를 위해서도 현직 차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청사에 들어가는 사태는 될수록 피해야 한다.

지금 사퇴하면 혐의를 인정하는 셈이라며 버티는 신 차관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무엇이 현명한 결정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결백할수록 사표를 내고 당당하게 조사를 받아 결백을 입증받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신 차관은 처음에 진씨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진씨를 본 기억이 없다’로 말을 바꾸었다.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가 있는 말 바꾸기다. 게다가 진씨는 검찰에서 신 차관을 두 차례 만났다고 진술했다. 금융감독원이 MCI코리아 계열사의 불법 대출 및 주가조작 혐의 감사에 착수한 2000년 8월 이후 진씨를 만났다면 돈을 받지 않았더라도 대통령을 보좌하는 수석비서관의 처신으로서는 중대한 과오다.

신 차관은 이제 결단을 내리고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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