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곽병선/교육 ‘해법’ 위한 각계 협력을

  • 입력 2001년 12월 9일 17시 58분


주요 교육정책이 국가의 대계로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파당간 이해 다툼의 대상으로 표류하고 있다. 주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집단 간 상이한 입장과 이해관계로 갈등이 고조되어, 정부가 추진하기로 천명한 정책이 당초의 계획에서 빗나가기도 한다. 여기에 수능시험 난이도 조절과 같이 일관된 교육정책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맞물려, 국가 교육정책이 일반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

낙후한 한국 교육의 대명사인 과밀학급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자 교육부는 2004년까지 16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국 학교의 교육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집행에 들어갔고, 이에 부응해 2만4000여명의 신규 교사를 대폭 충원하기로 했다. 이 계획은 한국교육의 오랜 숙원을 타개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특단의 조치로 인정될 만한 것이다. 그러나 서둘러 시행되는 측면이 없지 않았고, 이 때문에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또 조기 교사충원을 반대하는 교육대생들은 동맹휴학이란 극단적 방법으로 저항하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안은 김영삼 문민정부이래 수년간에 걸쳐 논의되어온 교육개혁안으로 반론이 없지 않았지만, 획일·경직된 교육체제의 대안으로 현정부에서도 절차를 거쳐 교육부가 천명한 정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도 교육청의 정면 반대에 부딪혀 당초의 계획에서 크게 축소된 시범운영만 하게 되었다.

정치권에서의 교원정년 문제도 마찬가지다. 1999년 교원정년 단축이 교직 사회의 사기를 꺾은 조치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많은 교사가 좌절을 안고 조기 퇴직했고, 그 여파로 심각한 교사부족 사태를 빚었다. 다른 나라들이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펼 때 우리는 반대의 길을 갔다. 그러나 정책시행 3년 만에 다시 교원정년 연장으로 국가 교육정책을 뒤바꿔놓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보다 발전적이고 대승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선진형 고령화 사회로 급격히 옮아가고 있는 변화의 추세에서 역량이 있는 교사는 고령에도 교직에 종사할 수 있도록 정년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신진세대와 노후세대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안목과 가치를 갖추도록 돕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교직사회는 부적격 교사를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자기 개혁을 부단히 펼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미 집행되고 있는 정책의 추이를 주시하고 국민의 의식변화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하지 말아야 할 다른 한 중요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 결여되어 있는 사회적 신뢰를 어떻게 해서든지 높여 나가기 위해서이다. 교육정책의 효과는 단기에 거둘 수 없다. 정권을 초월해 세대에 걸쳐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어떤 국가 정책보다 교육정책은 초당적 초정권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국가 교육정책이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정부, 정당, 언론, 사회 단체 등 모든 부문의 상응하는 역할과 협력이 필요하다.

곽병선(한국교육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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