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 이야기 경제학(28)]자신에 대한 경영

  • 입력 2001년 12월 9일 17시 42분


경영학의 시조 피터 드러커 교수는 올해 92세다. 그는 얼마 전 “나의 전성기는 66세에서 86세까지”라고 말했다. 필자는 늘 이 말뜻이 궁금했는데 지난해 드러커 교수를 만날 기회가 생겼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전성기가 정말 66세부터 20년간인지 물었더니 “다시 생각해보니 60세부터 30년간이 내 전성기”라고 대답했다. 드러커 교수는 “89세인 아내는 종업원이 20명 넘는 회사의 사장”이라고 덧붙였다. 건강의 비결을 물었더니 그는 웃으면서 “과로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오전 7시반부터 밤 11시까지 일한다는 것이다.

그의 책 29권에 대한 서평들을 보면 90세 때 쓴 ‘21세기 경영도전’에 대한 평이 좋고, 아직 국내 번역본은 나오지 않았지만 몇 달 전에 쓴 ‘드러커의 핵심경영’은 평이 더욱 좋다. 이 책에는 지금까지 그가 내놓은 수많은 저서와 경영이론이 잘 요약돼 있다. 그는 제너럴일렉트릭(GE)을 비롯한 수많은 미국 기업을 세계 일류로 만들고, 미국을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으로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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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폴 새뮤얼슨은 MIT교수였고 노벨상도 받았다. 그는 올해 86세다. 이런 사람들은 ‘위대한 학자를 가진 나라는 훌륭한 정부를 하나 더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알렉산더 솔제니친의 말을 실감나게 한다.

80세가 넘어서도 대작을 낸 사람들은 수없이 많다. 드러커 교수에 따르면, 피카소는 92세까지 그림을 그렸고, 프랑스 인상파 화가 모네는 80세 이후에도 하루에 12시간씩 그림을 그렸다. 스페인의 첼로 연주자 파블로 카잘스는 97세 때 연주회 준비를 하다가 타계했다. 어느 유명한 의사는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75세나 되므로 지금은 누구나 최소한 90세까지 살 생각을 하고 인생계획을 세워야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백세인(100세 이상인 사람)’이 1500여명이 넘고, 그 수가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이다.

‘드러커의 핵심경영’의 요지는 누구나 제2, 제3의 인생에 미리 대비해 퇴직 이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이고 현재 소속된 조직의 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도 ‘자신에 대한 경영’을 잘 해야 된다는 것이다. 드러커는 ‘자신경영’ ‘조직경영’ ‘사회경영’이 다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드러커 교수가 말하는 ‘전성기’ 이전에 직장을 그만둔다. 그 중에는 지식 기술 지혜 경륜 성취욕 등으로 볼 때 참으로 훌륭하고, 90세까지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사람들도 많다. 즉 경제학술용어로 자신의 몸 속에 ‘인적자본’을 많이 축적한 사람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식사회는 공장, 도로 같은 ‘물적자본’보다 인적자본이 더 중요한 시대다. 애써 축적한 물적 자본시설을 놀리는 것이 낭비인 것은 누구나 다 알지만 더욱 중요한 인적자본을 놀리는 것이 낭비인 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의 50대 이상 장년층은 농경사회의 굶주림과 가난을 알고 공업화사회의 어려움이 얼마나 큰 가도 안다. 갖은 격변에 대처해오고 아침저녁 ‘사생결단’하듯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다. 편안하게 나이가 든 서구 선진국의 동년배들에 비하여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유능하다. 이런 사람들 중에는 세계적인 프로들도 많다. 적잖은 아마추어들이 사회 곳곳을 시끄럽고 불안하게 할 때 이런 사람들의 역할이 많이 기대된다. 이런 사람들의 지혜 경륜 비전 전략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 사회는 한 차원 높은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송병락(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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