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연수/‘입’만 갖고 살 수 있나요?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16분


“온 국민이 ‘입’만 갖고 살 수 있습니까?”

동아일보 12월3∼5일자에 ‘과학기술인력이 없다’ 시리즈가 나간 뒤 많은 분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젊은이들이 과학 기술을 기피하고 사회에서 기술직이 홀대받는 데 대해 크게 걱정하는 소리들이었다.

충북대 공대의 한 교수는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을 먹여 살리는 것은 결국 기술인데 모두가 ‘입’이 되려 하고 ‘손발’은 되기 싫어하니 걱정”이라는 e메일을 보내왔다.

기업 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이공계를 나온 것을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면서 “내 자식이 이과를 간다면 말리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공계는 대학등록금도 비싸고 석사 이상은 돼야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월급은 증권회사 직원 등 인문계 학사보다 적은 경우가 많고 인센티브도 거의 없으며 높은 자리에도 올라갈 수 없으니 누가 그 길을 택하겠느냐”는 것이다.

고등학교 교사들도 많은 지적을 해왔다. 중고등학교에 과학 과목의 수업 시간이 너무 적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없다, 수능시험의 과목 구성이나 대입제도가 자연계에 불리하게 돼 있어 지원이 줄어든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대학 교수들은 인문-자연계 교차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초 수학과 과학 실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이공계 대학에 진학해 문제라는 점, 그런데도 정부나 대학에서는 관련 조사조차 하지 않아 적절한 수업 대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꼬집어 주었다.

어느 기업의 경영자는 “정부가 할 일은 인력 양성과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두 가지다. 나머지는 기업이 다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인재 양성이 안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시대에는 기술을 천시했기 때문에 국력이 쇠퇴했는데 지금도 상황이 별로 다르지 않다고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각계의 많은 의견을 들으며 과학기술인력 문제가 심각한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거듭 절감했다. 정부와 산업계,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종합적인 해법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신연수<경제부>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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