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마전 공적자금 누구 책임인가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8시 41분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는 공적자금을 관리하는 손발이고 중요한 정책 결정은 금융감독원과 재정경제부에서 한다. 어디에 얼마만큼 공적자금을 투입할지에 대해서는 금감원과 재경부보다 더 높은 곳에서 결정이 내려지기도 하고 정치권의 압력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국민 부담으로 150조원이 투입된 공적자금에 대해 감사원이 광범위한 감사를 통해 상당한 실적을 올린 점은 인정할 만하지만 정작 정책 잘못에 대한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이 제대로 돼있지 않다. 예금보험공사나 자산관리공사 등 급조된 기구가 처음 하는 일을 처리하다 보면 실수도 있을 수 있고 손발의 모럴해저드로 인한 손실은 정책 잘못의 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러나 뻔히 잘못인 줄 알면서도 내린 정책 결정은 해악이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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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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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결정이 잘못된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대한종금과 나라종금의 영업을 재개시켜 손실을 키운 것이다. 두 종금사는 영업 재개허가를 받았다가 1, 2년 뒤 문을 닫으면서 부실 규모가 늘어나 공적자금 부담이 2조3000여억원이나 늘어났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부실 종금사를 살려준 것은 최종적으로 금융감독위원회이지만 이러한 무모한 결정 뒤에는 으레 정치권이 의심을 받는다. 그래서 관치금융보다 정치금융이 더 나쁘다는 말도 있다. 신용협동조합 예금을 예금보호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그냥 이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적자금을 먹는 블랙홀인 대우그룹 등 대형 부실의 배후에도 관치금융 정치금융이 있다.

은행에 엄청난 손실을 입힌 부실기업 소유주 5200여명이 7조원이 넘는 재산을 국내외에 은닉시키는 일이 가능한 것은 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가 계좌 추적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부도를 내고 은행 대출을 갚지 않으면서 재산을 숨겨둔 기업주들에 대해서는 상시 계좌 추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현 단계에서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할 필요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믿기 어렵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 시절에도 더 이상의 공적자금은 없다고 큰소리치더니 필요가 생기자 장관을 바꾸고 조성했다.

공적자금을 더 이상 새로 조성해서는 안 된다. 공적자금이 새는 구멍을 막고 회수율을 높이면 복병이 터져 나오더라도 재투입을 통해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 위기에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부실금융기관은 시장에 맡겨 퇴출시키는 것이 공적자금을 아끼고 금융산업을 강하게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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