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고홍식/화학산업도 미래산업이다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8시 31분


흔히 화학산업을 ‘굴뚝산업’ 또는 ‘공해산업’이라고 부른다. 굴뚝에서 나오는 희뿌연 연기가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와 많이 다르다. 굴뚝처럼 보이는 것은 매연을 없애기 위한 화학반응기(Reactor)이고 연기는 매연이 아니라 수증기일 뿐이다.

어쨌든 이 같은 인식 탓인지 최근의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직장을 찾는 사람들은 정보 통신 쪽으로만 몰리고 전통산업인 화학산업 분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유럽과 미국은 환경을 매우 중시하는 국가들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화학회사들은 미국과 유럽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요즘에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이제 화학산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화학산업은 ‘환경을 파괴하는 공해산업’이 아니라 ‘환경보호산업’이며 ‘사양성 굴뚝산업’이 아니라 장래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화학산업이 없었다고 생각해보자. 일찍이 비닐 등 화학제품이 개발돼 종이 같은 천연소재를 대체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지구는 산림 황폐화와 자원 고갈로 인류의 생존조차 크게 위협받았을 것이다.

화학제품인 비료와 농약의 사용으로 지난 30년간 곡물생산량은 3배 증가했다.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인류는 현재의 곡물섭취량을 반으로 줄이든지 매년 유럽 크기 만한 땅을 새로 개간해야만 했을 것이다.

서울 등 대도시 대기오염 원인의 80%가 자동차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반면 정부의 대기오염 개선정책과 기업들의 노력으로 석유화학공장이 들어선 대부분의 지역은 이미 청정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환경문제는 오염자와 피해자를 따지는 차원을 떠나 정부 기업 소비자가 환경보전과 경제성장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선상에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화학산업이 성장성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것은 정보기술(IT) 산업과 발전의 궤를 함께 하는 이른바 ‘브리지(Bridge) 산업’이기 때문이다. IT산업이 첨단화될수록 그 소재를 제공하는 화학산업의 고부가가치화는 필연적이다.

최근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1994년부터 2000년까지 평균이익률을 업종별로 보면 화학 8.6%, 전기전자 3.9%, 자동차 2.6%로 화학업종이 타 업종보다 2∼3배나 높다. 그런데도 구미(歐美) 각국은 화학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IT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반면 한국은 오히려 그 격차가 날로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통신 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 이른바 첨단산업의 발전은 화학산업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주요 소재 대부분이 화학제품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수입에만 의존한다면 첨단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화학제품의 작년 총수출액은 94억달러로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화학산업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과 함께 IT산업과의 균형발전을 위한 사회 각계의 관심이 절실한 시점이다.

고 홍 식(삼성종합화학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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