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사형제도는 '사형' 되어야 '사형폐지론'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8시 09분


사형폐지론/ 단도 시케미쓰(團藤中光) 지음/ 478쪽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일본 도쿄대 법학부 교수와 최고재판소 대법관을 지낸 단도 시케미쓰 교수는 일본 형사법학계의 거두로 일본뿐 아니라 한국의 형사법학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의 논문과 단행본들이 아직도 한국에서 읽혀지고 있다는 점은 그분의 학문적 깊이와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그가 사형제도의 야만성을 직시하여 1991년에 ‘사형폐지론’이라는 단행본을 출판했고 그후로도 계속 보완해 지난해에는 87세 고령에 제6판을 출판했다.

이 책은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표준적 변론서이며 단도 교수의 학자적 양심과 학문적 훌륭함을 보여주는 명저이다. 그는 물질적 사고방식이 횡행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 정신적 인도적인 사고방식을 받아들여야 하며 법의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파한다.

따라서 인간의 생명을 물질적 차원으로 처리하는 사형제도를 인정하는 것은 문화적으로 낙후되었다는 징표이며 이런 이유로 사형제도를 존치하고 있는 일본은 경제적으로 번영한 국가이지만 문화적으로 빈곤한 국가가 아닌가 반문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은 언제나 실수할 수 있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오판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사형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정의론의 차원에서 설득력있게 논중하고 있다. 또 사형수의 잔인한 범죄성만을 부각하는 언론매체와 사형제도의 잔학성에 대한 관료들의 은폐 때문에 여론이 잘못 형성돼 있다며 사형 제도의 부당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사형제도의 존치만이 법질서의 안녕과 평화를 가져다 준다는 잘못된 믿음에 대한 형사정책적 반박론을 펼치면서 수형자에게도 보장되어 있는 인간의 존엄성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사형제도의 잔학성 등에 근거한 사형제도 폐지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자세히 논증하고 있다.

이밖에도 사형폐지론의 사상적 계보를 비롯하여 오늘날 아시아에 있어서 사형제도의 폐지에 대한 추진 상황을 요약 정리하여 담고 있다. 따라서 사형제도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단도 교수의 사형제도의 폐지론을 읽어보자마자 왜 우리가 사형제도를 폐지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쾌하고 해박한 설명에 곧장 매료되리라고 확신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단도 교수의 책은 부분적으로 이미 1990년대 초에 영어와 중국어로 번역되어 사형제도 폐지의 공감대 형성에 크게 기여하였다. 마침 최근에 국회의원 155인의 이름으로 이번 정기국회에 사형제도 폐지법안이 제출되어 단도 교수의 ‘사형제도 폐지론’이 한국의 사형제도 폐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해본다. 이 책이 비매품이지만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02-599-9413)에 문의하면 얻을 수 있다.

허일태(동아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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