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지칼럼]귀화라도 할 수 있으니…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4시 15분


히딩크 감독이 지금까지 한국축구대표팀을 이끌어오면서 봉착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전력 강화를 위한 외국인 선수의 귀화문제였다.

브라질 출신의 마시엘(29·전남)과 유고 출신의 샤샤(29·성남)이 그 주인공.

마시엘은 한국대표팀이 고질적인 문제인 수비 안정을 위한 최선책으로 언급됐고 샤샤 역시 확실한 골잡이 부재를 해소시켜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두 선수 모두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데는 실패했지만 ‘귀화’가 선수에게있어서 새로운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방안으로 제기될 수 있음을 알려준 사건이었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 경시청 무도관에서는 ‘귀화’ 이상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얼마전까지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추성훈(26)이 일본 유도대표를 선발하는 2001일본유도체중별선수권대회 남자 81kg급에서 당당히 우승, 일본 대표로 선발됐기 때문이다.

추성훈이 일본대표로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하게 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한국에서 국가대표로 뛰던 선수가 느닷없이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국제대회에서 한국선수들을 상대한다고하니 한국유도관계자들이 당황스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아버지 추계이씨(73년 전국체전 우승·52)의 못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부산시청에서 선수생활을 한 추성훈은 동급 최강자인 조인철(25·용인대)을 누르고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영광을 이뤄냈다.

주요대회때마다 자신의 발목을 잡던 조인철을 누르고 태극마크를 달긴 했지만 국내 유도계의 현실을 그에게 만족감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

몇차례에 걸친 판정시비 끝에 추성훈은 올 9월 일본으로 귀화를 결정했다.

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로 내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추성훈.

일부에서는 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선수가 유도 종주국인 일본대표로 선발된 것이 우리 유도가 경쟁력을 지닌 것이라 안위하지만 그렇게만 볼 사안이 아니다.

추성훈이 한국 유도계를 버리고 일본으로 돌아선 것은 개인적인 이유보다는 국내 유도계의 열악한 현실과 매 대회마다 겪는 편파 판정 등 온갖 비리에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문제는 추성훈이야 일본 국적을 취득하기 용이한 상태(재일교포 4세)였기에 귀화가 이뤄졌지만 나머지 국내 선수들, 특히 매 경기마다 불리한 편파판정에 시달리며 제기량을 인정받지 못하는 선수들의 소외감이다.

샤샤나 마시엘은 자국의 두터운 선수층 때문에 국가대표로 활약하지 못한 설움을 귀화를 통해 만족시키려 했지만 추성훈은 실력을 갖췄지만 대표 선발에 파고드는 비리가 싫어서 귀화를 선택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

한민족의 피가 흐르는 선수가, 그것도 한국대표를 역임했던 선수가 일본대표로 뛴다는 사실.

유도 종주국에서 대표로 선발될 실력을 갖춘 선수가 한국 유도계에 등을 돌릴 수 밖에 없었던 현실.

추성훈 한 선수의 문제가 아니고 국내 잔류(?) 유도 유망주들, 태극마크를 꿈꾸고 자라나는 어린 꿈나무들에게 언젠가 다가올 현실과 미래이기 때문에 더욱 안타깝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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