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2001년 챔피언들의 미래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0시 00분


올해의 월드 시리즈는 예년의 그것에 비해 많은 화제를 몰고 왔다. 한국 팬들에게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인 김병현의 월드 시리즈 출장 때문에 이번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특히 대단했을 것이고, 4, 5차전에서 연속으로 터진 9회말 2사 후의 동점 홈런이나 시리즈 최종전 9회말까지 가서야 갈라진 승부의 향방 등 극적인 장면도 많았다. 그러나 역시 최고의 화제거리는 지난 5년간 4번의 월드 시리즈 타이틀을 차지했던 포스트시즌의 무적 Yankees가 월드 시리즈에서 패했다는 것, 그리고 그 상대가 창단 4년의 신생팀이었다는 것일 것이다.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화제로 가득했던(이것은 절대 의례적인 수사가 아니다) 2001 시즌을 뒤로 하고 메이저 리그의 각 팀들은 이제 내년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여기서 두 챔피언 팀들의 미래를 전망해 보는 시간을 잠깐 갖도록 하자. 포스트시즌에서의 성공을 제쳐 두고 생각하면 두 팀 모두 선수들의 고령화라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팀이다. 베테랑이 많다는 것은 Yankees의 그간 성공에서 보듯이 포스트시즌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지만 정작 시즌 중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외의 면에서는 두 팀 사이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고 이는 두 팀의 장래에 큰 차이를 보이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먼저 WS 챔피언 D-Backs부터 살펴보자. Arizona Diamondbacks는 98년 메이저 리그에 뛰어들면서부터 보통의 신생팀들처럼 착실히 팜에서 선수를 키워 장래를 내다보는 방식이 아닌,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끌어들여 짧은 시일 내에 우승을 노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방법은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그들의 창단 2년째 포스트시즌 진출, 4년째 월드 시리즈 우승 기록은 Colorado와 Florida가 세운 종전의 기록들을 각각 1년씩 단축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길게 볼 때 이러한 방식에는 분명 문제점이 있다. 베테랑 위주로 만들어진 팀이 갖게 되는 약점이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연봉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또 베테랑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팜의 젊은 유망주나 드래프트 지명권(FA 계약의 경우)이 소모되기 때문에 팜이 부실해지기 쉽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게다가 나이 많은 선수들이 급격히 기량이 쇠퇴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D-Backs의 문제점도 여기에 있다. 2~3년 전 Arizona는 그리 두텁지는 않지만 뛰어난 유망주들이 여럿 있는 팜 시스템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나 2001 시즌 실질적으로 팀에 도움이 된 팜 출신 선수는 손꼽을 정도였으며 주전급은 김병현 단 하나뿐이었다. 즉시 전력감의 톱 유망주도 Jack Cust 정도에 불과한 형편이다.

올 시즌 합계 $17mil을 받은 Matt Williams와 Jay Bell은 2년 연속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고, 지난 2년간 69홈런을 쳐냈던 동갑내기 Steve Finley도 올해는 기대에 못 미쳤다. 또 다른 65년생 선수 Todd Stottlemyre는 지난 2년간 200이닝을 채 던지지 못했고 올해는 아예 전열에서 이탈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팀이 선수들의 연봉을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Johnson, Schilling 등의 주축 선수들이 연봉 지급의 거치에 합의했다는 보도를 국내 언론들은 한 편의 미담 정도로 넘겼지만, 이것은 분명히 Arizona가 팀 운영에 실패했다는 의미이다.

어쨌든 Arizona는 목표이던 월드 시리즈 우승을 달성했고, 챔피언 반지를 갈망하던 노장 선수들도 숙원을 이루었다. 이제 양자 모두 실리를 위해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구단 측에서는 적극적으로 연봉 줄이기에 나설 것이고 선수들도 더 이상 우승을 위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Florida Marlins의 경우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까지는 이르지 않겠지만 내년, 내후년 이후의 D-Backs는 당분간 우승보다는 재정 보강과 전력 재정비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Diamondbacks 유니폼을 입은 김병현이 다시 월드 시리즈에서 투구하는 모습은 당분간, 아니 어쩌면 영원히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한편 New York Yankees의 상황은 Arizona와는 조금 다르다. Yankees의 문제점도 역시 선수들의 고령화이다. 특히 코너 포지션(1, 3루, 외야 좌우)에 위치한 선수들의 노쇠에 따른 공격력의 약화는 특히 이번 월드 시리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러나 Arizona와는 달리 Yankees의 팜은 상당히 튼튼한 편이다. 팀의 주축 타자들인 Derek Jeter, Bernie Williams, Jorge Posada는 자신들의 마이너 조직 내에서 길러낸 선수들이며, 노장 FA들의 빈 자리를 대신할 Nick Johnson, Drew Henson과 같은 유망주들도 있다. 즉시 전력감은 그리 많지 않지만 하위 마이너의 두터운 유망주 층은 트레이드 카드로 충분하다.

하지만 Yankees의 최대 강점은 역시 자금력에 있다. 메이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선수 연봉을 지불하는 팀이지만 그들의 재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하다. Paul O'Neill 등 팀을 떠날 것으로 생각되는 4명의 연봉($24mil에 달한다) 여유분으로 그들은 또 다른 거물급 FA 선수를 영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Yankees가 우선적으로 보강해야 할 부분은 역시 타선이다. 지난해와 올해 그들의 팀 득점 순위는 각각 6위와 5위였다. 챔피언을 노리는 팀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다. Posada-Jeter-Williams 센터 라인의 공격력은 최고 수준이지만 공격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코너 포지션에서의 공격력이 수준 이하였던 것 때문이다. 마침 코너의 4명이 모두 빠져나가는 상황이라 팀으로서는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이 우선적으로 노리는 대상은 Jason Giambi로 알려져 있는데, 최선의 선택인가는 다소 의심스럽다. Giambi가 최고의 타자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의 포지션인 1루에는 Johnson이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외야에 두 자리가 비어 있는데다 그 중 한 자리를 노릴 것으로 보이는 Juan Rivera도 믿음을 주기에는 불충분하기 때문에 외야의 보강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루수 유망주 Henson은 Arizona Fall League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아직 AAA에서 더 다듬어질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투수진에는 타선만큼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Clemens는 39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년 정도는 문제없어 보이며, Orlando 'El Duque' Hernandez는 지금까지와 같은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얼마간은 4번 선발투수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올 시즌 Yankees가 5번 선발투수 문제로 고전하긴 했지만 재능 있는 젊은 투수들이 여럿 있으니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지난해의 Jeff Nelson의 역할을 담당할 오른손 불펜투수 정도만 보강하면 투수진은 AL 최고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Yankees는 최근 들어 이전보다 베테랑에 더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80년대 말 암울했던 시기의 경험으로 그들은 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New York Yankees가 오랫동안 권좌에서 물러나 있을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들은 너무나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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