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뉴브리지, 제일은행 매각 서둔다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22분


제일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이 은행을 인수한 지 2년여 만에 지분매각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형적인 헤지펀드로 투자금을 조기회수해야 하는 뉴브리지는 이미 국민 신한 한미 하나 등 4개 은행에 매각을 제안했다. 현재 비상장 상태인 제일은행의 지분을 국내은행에 팔든가, 아니면 지분을 넘겨주는 대가로 상장은행의 주식을 받아 이를 시장에서 내다 팔겠다는 것.

정부는 99년말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에 따라 제일은행을 외국에 팔기로 하고 뉴브리지 및 HSBC(홍콩상하이은행)와 협상을 벌이다가 뉴브리지를 선택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했던 선진금융기법 도입은 미진한 반면 뉴브리지는 투자 2년 만에 최소 60%가 넘는 수익을 얻고 한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뉴브리지, 얼마나 벌었나〓제일은행의 납입자본금은 9805억원으로 뉴브리지 51%, 정부 49%를 갖고 있다. 제일은행은 작년에 3064억원, 올 1∼9월 2723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은행의 순자산가치가 2년 만에 약 1조6000억원으로 늘어난 것이어서 뉴브리지의 투자수익률은 60% 정도. 시장에서 인정하는 경영권 양도 프리미엄(통상 15∼20%)까지 받는다면 수익률은 최고 80%로 높아진다.

이 기간중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가 약 40%가량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 수익성은 더욱 크다.

또한 99년 세법개정으로 과거에 누적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순이익이 이를 초과할 때까지(최장 5년) 법인세를 내지 않도록 돼 있어 제일은행은 감세혜택도 보고 있다.

정부는 제일은행에 15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나 건지는 돈은 고작 유상감자 1조4000억원, 뉴브리지가 낸 인수대금 5000억원, 제일은행 지분 49%(약 8000억원) 등 2조700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선진금융기법 도입은 미미〓윌프레드 호리에 전 행장은 취임하자마자 국내 최초로 예금잔액이 일정금액이 안되면 계좌유지수수료를 받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국내은행들은 앞다퉈 이 제도를 도입해 은행의 수익성 향상을 위한 수수료 수입증가의 명분을 제공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뉴브리지가 제일은행 인수 후 개인대출 등 소매금융과 카드사업에만 치중했고 신용분석능력이 필요한 기업금융은 외면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와 IMF가 제일 서울은행 해외매각을 추진했던 취지는 은행을 살리면서도 선진금융기법을 들여와 낙후된 국내금융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것.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호리에 행장이 정부의 간섭을 거절하고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경영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진금융기법 도입에는 무관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이는 제일은행을 외국 은행이 아니라 뉴브리지 같은 헤지펀드에 매각한 것이 가져온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두영기자>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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